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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학생인권의 그늘

 

한 언론보도는 우리를 어색하게 만든다.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에게 ‘엎드려 뻗치기’ 체벌을 한 남양주시 한 고등학교 교사 A(33)씨에게 경고처분을 내렸다는 보도다. 복잡한 학생인권조례를 접목시키지 않더라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보도내용을 보면 A교사는 지난 3월 말 1학년 2반 수업중에 B(16)군이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는 것을 봤다. A교사는 이 휴대전화가 같은 반 C군이 다른 반 친구에게서 빼앗은 것을 알아내고 B군과 C군을 수업후 학생인권부 휴게실로 데려가 수업중에 영상통화를 한 것과 휴대전화를 빼앗은 것을 훈계했다.

이 자리에서 A교사는 두 학생의 태도가 불량하자 학생에게 엎드려 뻗치기를 4~5초간 시키고 학생의 볼을 살짝 잡고 흔들며 잘못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학생의 부모가 “교사가 체벌을 했다”며 도교육청에 민원을 냈고, 도교육청이 감사를 벌여 A교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 “학생인권조례에 체벌은 금지되어 있다”며 A교사에게 불문경고처분을 이달 초 내렸다는 것이다.

A교사의 행위가 지난 3월부터 경기도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에서 금지하고 있는 학생체벌을 했다는 것이 경기도교육청이 주장하는 처벌 이유다.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B군과 C군의 행위는 어떻게 조치되었나 하는 것이다. 보도내용 대로하면 C군이 다른 반 친구에게서 휴대폰을 빼앗았고 또 B군이 수업중에 이 휴대폰을 이용해 영상통화를 했다는 점이다. B군과 C군은 명백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이같은 경우 학생들이 저지른 잘못된 부분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가해학생 인권 운운한다면 C군에게서 휴대폰을 빼앗긴 다른반 친구의 인권침해 사례는 또 어떻게 처리되었나 하는 점이다. 단지 A교사가 두 학생을 학생인권부 휴게실로 데려가 ‘엎드려 뻗치기’를 한 것을 놓고 처벌을 한다면 학생지도는 무장해제하라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오히려 필자는 A교사의 소신있는 행위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사건과 관련 없는 학생들이나 학교에 자식을 보내는 학부모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학교현장에서 일부 학생들의 무질서한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 학부모들의 판단이다.

도 교육청은 현재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들의 무질서한 실태를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의문이 간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중·고교 교실에서는 지금 약육강식의 ‘밀림의 원칙’이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휴대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남의 휴대폰 빼앗아 영상통화하기, 문자보내기는 예사가 됐다. 남의 휴대폰 빼앗아 비밀번호 바꾸고 안가르쳐주기 같은 파렴치한 방법도 비일비재로 벌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학교내 무질서 행위가 판을 치고 있지만 그 누구하나 이를 제지하거나 인성교육을 통해 바로 잡아주려는 움직이 없다는 점이다. 설령 교육을 시킨다 해도 그때뿐이라는 것이다. 지금 교실은 엉망이다. 교권이니 인권이니 하는 고차원의 범주를 떠나 최소한 학교에서 요구하는 질서가 실종된 특구이기도 하다. 수업시간에 떠들기는 능사가 되었다. 교사에게 대들기, 친구들 괴롭히기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 벌점제를 운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에 벌점을 주기를 꺼려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유는 주어줬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자유를 지키고 지탱해 갈 수 있는 책임이 뒤 따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럴 나이도 아닐뿐더러 또 그 책임을 통감하고 실행할 줄 아는 인성이 갖춰져 있지 않은채 방종만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당국의 책임일 수 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한 A교사의 징계도 한 학생의 부모가 “교사가 체벌을 했다”며 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이제 학교도 교사는 없고 학부모들이 지배해 만들어가는 세상이 되었다. 이들 학부모들이 학생인권조례를 지탱해 주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학생인권조례의 최대 수혜자이자 피해자이다. /안병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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