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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아름다운 수학여행이란?

 

수학여행(修學旅行)을 순수한 우리말로 바꾸면 ‘배움 나들이’.

얼마나 정취 있는 말인가?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여러 가지 추억이 떠오르겠지만, 뭐니 해도 집단추억(集團追憶)은 수학여행이 으뜸이다. 어느 학교 졸업앨범을 보더라도 반드시 수학여행 사진이 한 두 페이지 자리 잡고 있다.

수학여행의 목적은 대강 이러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공부를 강요해야 하는 선생님과 공부외적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성적경쟁의 관계를 떠나 우정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또 단체생활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그러나 담배를 비롯해 정말! 배우지 말아야 할 어른들의 흉내를 따라 해보고, 경험해 본 것도 수학여행이다.

모든 것이 다그러하듯 잘 쓰면 양약(良藥)! 못쓰면 독약(毒藥)!

얼마 전 서울 모 중학교에서 240만원짜리 수학여행을 계획했다. 외국여행으로 국제 감각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 했는데, 결국 여론의 뭇매를 맞고 취소했지만 정신 나간 사람들이다.

240만원 이라고 하면 국립대학 한 학기 등록금과 맞먹는다.

우리나라가 잘 살긴 잘사는 모양이다. 과거 신혼여행이라 해도 제주도는 꿈도 못 꾸고 대부분 부산 앞바다가 기껏 이었는데, 지금 통계는 고등학교 81.4%가 제주도로 간다니, 더구나 중학교 수학여행이 국제 감각을 배우기 위해 4박5일에 240만원이라고 하니, 수학여행이 이래서는 안 된다. 씁쓰레하다.

3대 독자인 친구가 있다. 오랜만에 만나면 아이자랑을 중계방송 했다.

아직 이목구비(耳目口鼻)도 뚜렷하지 않는 아이를 두고, 콧대가 뚜렷하니 눈이 초롱초롱하니 인물자랑이 끝이 없다.

돌잔치에 있었던 일….

모두 아이를 어르면서 덕담 한마디 건네는데, 입바른 친구 한명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자 “야! 이 친구 크면 분명히 어른 될 끼라” 절교 당할 뻔 했단다.

하도 자랑이 심해 솔직히 약간 기죽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만 좋은 것 다 먹여 체구도 당당하고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니 구김살도 없었다.

어느 날 그 친구 어두운 얼굴로 찾아왔다.

아이가 수학여행에서 학생의 신분을 벗어난 모양이다.(절대로! 구체적 사연을 밝힐 수 없다) 일정한 생활에서 벗어난 분방(奔放)함이 못 마시는 술도 마시고 이성을 잃어버려 친구들의 유혹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학창시절의 멋진 추억을 만들라고 용돈을 두둑이 준 자신의 행동을 엄청나게 자책하는 것이었다.

어찌됐던 평소 반듯했던 품행으로 학교에서 관대한 처벌을 해서 무사히 졸업 후 착실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수학여행 유감(遺憾) 한토막이다.

지금도 수학여행 시즌이 되면 교통사고, 식중독, 패싸움 등 걱정거리가 이어진다. 여행사와 학교의 불미스러운 관계를 수사한다는 등 원래의 예쁘고 아름다운 ‘배움 나들이’와는 벌써 오래전에 작별을 한 것 같다.

선생님과 학생들의 따분한 ‘일상에서 탈출’이 수학여행 이란말로 포장 된 것은 아닌지? 야영을 간다던지 농촌에 체험여행을 간다던지, 주위를 둘러보라. 수학여행 본분에 어울릴 곳이 얼마든지 널려 있을 것이다.

이러면 어떨까? 하늘에 무수히 흩어져있는 별을 함께 보면서 잠시 미래를 꿈꾸어 보면 어떨까?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씁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유명한 윤동주선생의 별 헤는 밤을 나직이 읊조리면서….

이것보다 더 멋진 추억이 어디 있으랴! 착하게 살라고 밤새 이야기 하는 것보다, 한 시간 별밤 보는 것이 났단다.

이런 말 하는 것이 개인적인 관계 때문은 결코 아니다. /김기한 객원 논설위원·前 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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