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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야마리 없는 짝퉁 중국

 

살다보면 한번 다녀온 곳도,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유독 있다. 음식 맛이 특별하다든지 아름다운 경치 거기에 인심마저 훈훈하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란 작은 마을이 있다. 한 십년쯤 됐을까?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죄를 사면(赦免) 받고자 거절하는 아내를 유혹해서 배낭여행에 준(準)하는 강행군을 떠났다. 일부 간 큰 남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잔칫집에 도시락을 지참한 것이다.

그러나 웬걸? 고비마다 실수 연속이어서 사면은 커녕 귀국 후의 후환(後患)이 두려울 지경이 됐다. 예를 들어 기차시간을 잘 못 알아 역대합실에서 밤을 꼬박 센 적도 있다. 어느 도시건 역주위엔 먹잇감을 찾는 늑대가 모여있기 마련이다.

오스트리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한사람이 눈을 붙이면 한사람은 사위경계(四圍警戒)를 하고. 철저한 준비가 없는 무모함이란 반드시 후회를 만든다.

기차를 타고 또 배를 바꿔타고 도착한 곳이 할슈타트!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 삼면(三面)이 호수로 둘러싸여있는데 한 장의 그림이었다. 지금도 달력 사진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등장 하는 곳이고 보면……. 눈이 부셨다! 아시다시피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 가면 말로 하는 친절이 가장 두렵다. 저만치 사람이 다가오면 두렵기만 한데 그네들은 미소만 머금은 체 손을 가볍게 들고 하이! 인사만 하고 지나친다. 얼마나 고맙던지!

관광객들에게 언어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냥 웃는 표정만 하고 쓸데없는 말 붙이지 말라는 당국(?)의 지침(指針)이 있다나, 참으로 마음 편했다.

12월 한겨울인데도 양지바른 창가에 작은 화분 한두 개 그리고 건물 벽엔 그네들이 사용하는 호미 삽과 곡괭이를 가지런히 걸어놓았는데 이처럼 단순한 것이 특별한 치장보다 훌륭한 그림이 된다.

이튿날이 마을축제! 처음 보는 우리를 뜨거운 포도주로 환대했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팔을 끼고 빙빙 도는 군무(群舞)에 참가했다. 본시 어색함이란 친절 앞에서는 금방 스르르 녹는 법이다. 인구 900명이 살고 있는 산골마을에 일 년에 백만 명이 찾는 이유가 뚜렷해졌다.

아마 할슈타트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사면은커녕……. 어찌됐던 그곳은 나에게는 은인(恩人)(?)과 같은 곳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오자고 굳은 약속을 했지만 비행기 타는 시간만 해도 열 두 시간 넘으니……. 미완의 여백으로 비켜 두었다.

그런데 얼마 전 해외토픽에서 보도하기를 중국의 유명 건설회사가 광둥성에 할슈타트와 똑같은 마을을 건설한다나……. 물론 오스트리아 산골마을 주민들은 불쾌하게 생각한단다. 중국 번듯한 도시에 가도 우리의 참이슬은 참일술로 변해 있고, 새우깡은 새우짱, 신라면은 신나면, 너구리는 너꾸리, 물 먹는 하마는 물 먹는 해마. 짝퉁은 끝없이 발전한다지만 도시 전체를 모조(模造)한다는 것은 웬만한 뻔뻔스러움이 아니면 가당찮은 일이다. 일본사람들이 흉내 내는 디즈니랜드와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말인데도 가끔 일본말로 오해 받는 것이 있다. 에누리 야마리 등등이 있는데, 경상도에서는 상대가 염치없음을 아주 경멸하는 표현을 “야마리 없다”고 한다. 부모나 형제 사이에나 쓸 수 있는 말이지 친구나 동료에게 이 말을 쓰면 반드시 싸움이 난다.

그런데 얼마 전 중국 언론에서 우리가 자랑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소송에 대한 논평에서 “삼성의 표절병은 이미 중독수준”이라고 자기네들 입장에선 안해야 할 말을 했다. 한마디 해야겠다. 참으로 야마리 없는 사람들!

하여간 아무리 할슈타트가 그리워도 중국의 짝퉁 할슈타트에는 가고 싶지 않다. 그네들이 넉넉한 인심이 있을까? 그리고 야마리 없는 사람들은 싫다. /김기한 객원 논설위원·前 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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