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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았으면 너나없이 더위를 쫓느라 부채질을 할 계절인데 요즘은 부채질 하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선풍기와 에어콘이 ‘부채자리’를 점령한 탓이다. 부채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서 좋고, 자연과 가까운 멋 때문에 친근감이 있으며 소박한데다 실용적이어서 누구나 가까이 했다.
그래서인지 부채에 얽힌 설화가 꽤 많다. 고려 태조 왕건(王建)이 왕위에 오르자 견훤(甄萱)이 하신(賀臣)을 보내 축하하고, 태조 3년 9월에 공작 깃으로 만든 공작선(孔雀扇)을 바쳤다. 이는 정적관계이던 견훤이 왕건의 통치권을 인정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고려 의종(毅宗) 5년 4월부터 7월까지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자 임금은 부채를 쓰지 못하도록 금휘선(禁揮扇)의 영을 내린 적이 있었다. 이는 부채가 농사에 없어서는 안되는 비와 구름을 날려 보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수령이나 무관 등은 연중 부채를 휴대하였다. 이는 더위를 쫓기 위해서가 아니라 손가락이나 말 대신의 지휘 도구였다. 부채를 내려치면 견책이나 응징을 의미하고, 폈다 접었다를 거듭하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부채는 군신간의 애정과 신뢰의 매개 역할도 했다. 단오날을 앞두고 임금께 부채를 진상하면 임금은 진상 받은 부채를 신하들에게 하사했는데 이 때 벼슬의 품수(品數)에 따라 부채살의 골수(骨數)가 달랐다. 즉 부채살이 촘촘한 것은 높은 벼슬이고, 성긴 것은 하치 벼슬이었다. 따라서 부채는 신분의 높낮이를 상징했던 것이다.
부채의 이름 또한 다양하다. 해와 달이 그려져 있으면 일월선(日月扇), 부처님 셋이면 삼불선(三佛扇), 선녀가 넷이면 사선선(四仙扇), 선녀가 여덟이면 팔선녀선(八仙女扇), 꿩 깃으로 만들면 치우선(雉羽扇)이다. 제갈량이 3군을 지휘할때 쓴 흰부채는 백우선(白羽扇)이라 했다고 한다.
이창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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