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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감사와 검사

 

감사(監事)는 법인의 재산이나 업무를 감사하는 상설 기관. 또는 그런 사람이란 뜻이다. 상부기관에서 하부기관을 감찰한다. 검사(檢査)는 사실이나 일의 상태 또는 물질의 구성 성분 따위를 조사하여 옳고 그름과 낫고 못함을 판단하는 일이다. 대표적으로 신체검사가 있다.

‘감사는 검사하듯이 검사는 감사하듯이’라는 무슨 표어 같지만 최소한 그래야만 한다. 현대사회는 마치 생물 유기체와 같은 기관(機關)을 가졌기 때문에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동맥경화증을 앓아 심각한 사회적 질병인 불신(不信)에 시달리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신뢰는 기관의 생명과도 같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적으로 떠들썩한 저축은행사건을 보면, 감독관청이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직간접상황에 놓여있는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마음 한 구석이 어지간히 허전하다. 피해자가 있다는 것은 가해자가 있다는 것인데, 가해자중 장기판의 차(車)포(包) 같은 비중 있는 사람들은 별로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감독관청의 기관 감사에 소홀함은 곧 불신으로 이어진다. 국민들이 그 기관에 대해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명예는 물론이고 실리마저 잃고 마는 것이다.

병원에서 실시하는 신체검사 또한 치밀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몸에 이상을 발견하고 치료를 하면 위험 순간을 면할 수 있다. 그래야만 건강한 육신으로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살수 있잖을까? 그런데 단순히 일회성으로 하는 검사로 무성의하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렇게 실리(實利)만 챙겨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올바르지 못하다. 아무리 일과성이라도 최선을 다해 검사해 신체 기관의 정상, 비정상을 구별해 안내해주는 것이 병원의 당연한 도리이자 서비스인 것이다. 신체검사를 기관 감사하듯이 아주 꼼꼼하게 해줄 때 신검(身檢)을 받는 사람은 그 병원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지게 된다.

우리 속(俗)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말이 있다. 투전판에서 한 사람을 궁지로 몰기 위해 다른 두 사람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기관과 기관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이면 정작 희생자들은 정해져 있다.

시쳇말로 돈, 연줄, 정보, 배경 없는 사람들만 희생당한다. 언필칭 서민들인데, 상부기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따르는 순박한 사람들이 아닌가?

신체검사도 마찬가지이다. 사실과 정직에 근거한 진단(診斷)이어야 한다. 물론 그러할 이유는 없겠지만 일부러 오진(誤診)을 통해 환자에게 불안감을 준다든지 희망을 잃게 하는 경우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감사와 검사는 정의와 진실을 매개로 한다. 만일이 이 정의와 진실이 은폐되거나 소실되면 그 사회와 개인의 기관(機關)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필자는 내과의원에서 대장의 선종(腺腫)을 조기에 잡아줘서 더 큰 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기관의 감사도 이처럼 신체검사하듯 하면 기관은 상호간 신뢰를 얻을 것이다.

/진춘석 시인

▲1992년 시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택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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