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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유연한 자세란?

 

관선(官選) 시절과 달리 투표에 의해 고을원님(시장, 군수)을 뽑기 시작한 후 공무원 세계는 몇 가지 크고 작은 변화가 눈에 띈다.

어느 퇴직 시장(市長)의 고백에 따르면 당선된 그날부터 다음 선거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어떤 식의 변화를 제시해야 유권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초초해진다고 했다. 재량을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이 조직개편과 인사인지라 이 방법이 가장 유혹이 심하다고 했다.

조직개편을 하면 “새 술은 새 부대에” 이런 명분을 내세워 선거 때 논공행상(論功行賞)을 슬쩍 끼워 넣을 수 있지만 그러나 조직개편이 만만한 것이 아니다. 반드시 일부공무원들은 반발한다.

그러나 그들도 표를 가지고 있으니 우격다짐으로 할 수는 없다.

행정의 효율성도 고려해야 하고, 명칭자체가 상징적이어서, 이름만 보고도 주민들이 뭔가 달라지고 있구나,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작명(作名)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없었던 주민복지과, 녹색환경과, 일자리경제과, 평생교육과, 시민봉사과등 참으로 다양하다. 하나같이 주민들 실생활과 밀접한 이름인데 어찌됐던 반가운 일이다.또 다른 것은 승진풍속도(昇進風俗圖)이다. “권력은 문고리 잡는 횟수에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과거 승진 영순위(零順位)는 인사권을 가진 사람과 하루에도 몇 번 만나는 총무계통의 공무원이었지만 요즘은 과거에 괄시받던 공보계통의 공무원도 승진에 많은 혜택을 본단다.

생각해봐라! 많은 기자들(대부분 호락호락 하질 않다)을 상대해야 하고, 고을 원님의 입장이 돼 주민들에게 치적이 쏙쏙 전달되도록 머리를 짜내야하고, 다음 선거에 낭패를 보지 않도록 여론도 전달하고 정무적인 보좌도 수행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상(補償)을 해주어도 주위에서 큰 반발이 없다고 한다.

세월이 달라진 것이다. 색 다르다는것이 흉 볼일은 아니다. 작은 도시는 인구 3만에 공무원 600명이라고 말들 많지만, 겨울철 자기 집 앞 쌓인눈도 거들떠보지 않는 세태에 그래도 어려운 일 당하면 공무원 조직만큼 든든한 것이 없다. 구제역이다 홍수때 이미 확인했다.

물론 작은 끗발을 유세하고 거들먹거리는 몇 명의 미꾸라지가 미울 때도 있지만,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매도(罵倒)할 수는 없는 법!

이야기가 많이 빗나갔다. 일본 사가현(佐賀縣)의 이마리(伊萬里)시에서는 결혼지원과를 신설했다. “한명만 낳아도 한반도는 초만원”하면서 호들갑을 떤 것이 어제 같은데 일본도 저출산이 국가적인 과제로 등장했는가 보다.

당연히 아이를 만들자면 결혼을 해야 하는 법! 결국 행정당국에서 보다 못해서 결혼상담소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어찌됐던 미혼남녀의 만남을 500회 이벤트를 주선해서 70쌍이 결혼에 성공했고, 현재 1천900쌍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런 지방자치단체의 중매활동이 쑥스러웠는지 그네들은 혼활(婚活)사업(결혼활성화사업)이라고 이름 붙였다나….

지난 한해 예산은 1억2천500만원. 그런데 시의회에서는 그깟 돈 가지고는 어림없다 더 올려라 그리고 실적우수직원은 특별승진을 요구했다나.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란 권력의 획득이 목표가 아니다. 살고 있는 지역과 실생활을 변화 시키려는 소위 참여민주주의가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이마리 시의회의 유연한 자세가 부럽다. 아마, 이 소식을 들으면 부러워할 우리나라 자치단체장도 많을 것이다.

/김기한 객원 논설위원·前 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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