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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단상] 자살에 대하여

 

잊을 만 하면 한번씩 자살에 관한 기사가 나오곤 한다.

그것도 유명 연예인에서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 모두가 부러워하는 최고 경영자,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라고 자랑하는 대학의 학생, 아나운서 등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살해 충격을 던지더니, 이번에는 군대에서의 자살이 문제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문화는 고인에 대해 너그러운 면이 있기 때문에 살아있을 때는 온갖 비난을 퍼붓던 사람들도 일단 사망소식을 접하면 고인의 명복을 빌며 뒤로 물러선다. 심지어는 자살에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전후 사정을 알아보기도 전에 엄청난 비난을 가하게 된다.

물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분신자살을 했을 때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죽을 용기를 가지고 살아서 어려움을 헤쳐나가라고 했듯이 절박하고 암담한 삶을 헤쳐나간 사람들이 진정한 승자인 것이다.

백범일지에 보면 동네 건달 노릇을 하던 청년 김구가 마의상서라는 관상 책을 구해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 관상을 보니 천하고 가난하고 흉한 관상만 있지 아무리 보아도 귀하고 부유하고 행복한 상은 보이지가 않는 것이었다.

너무 낙담한 나머지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데 그 때 눈에 뜨인 귀절이 “얼굴 잘 생긴 것이 몸 잘 생긴 것만 못하고, 몸 잘 생긴 것이 마음 잘 생긴 것만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 귀절에 의지해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해 온 국민의 존경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자살한 사람들의 억울하고 원통한 사연들이야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를 극복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존경하고 미화하는 풍토가 더 필요한 것이다.

흔히들 “그래도 국방부의 시계는 돌아간다”고 한다. 아무리 억울하고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진정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이를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과거와는 달리 국가인권위원회를 포함한 많은 기관들이 있지만, 이 기관들만으로는 부족한 부분도 있으며 오히려 이 기관들이 한 쪽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는 요소도 배제하기 힘들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의 정착이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의 뉴미디어의 발달은 많은 장점에도 익명성에 의지한 무책임한 글들을 양산하는 문제도 가지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민주화가 이루어져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과감한 밀들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실명으로 자기 주장을 해 자기 말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되, 군대나 학교 또는 회사와 같은 제한된 집단에서 실명으로 부당함을 주장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지금은 소위 악플이라고 하는 과격하고도 공격적인 글은 자유롭게 게제돼 공격을 받는 사람들의 상처를 줌에도 진정으로 억울하고 서러운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둔 채 자살이나 총기 사고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현석 객원논설위원 현대중앙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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