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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박근혜, 그리고 문재인의 운명

 

최근 출간돼 화제를 모은 ‘문재인의 운명’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당신(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 못하게 됐다.’ 그렇다면 문재인이 말하는 숙제는 과연 뭘까.

하도 정치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까, 일반인들의 관심이 멀어진 것은 사실이나 판을 읽는 눈은 상당히 똑똑해진 요즘이다. 가까운 지인들과 어울려 얘기 끝에 대화가 정치 쪽으로 흐르면 나도 몰래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정치와 관련해서 가장 관심이 높은 얘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내년 대선이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인가 하는 얘기인데 여기서 흥미를 끄는 것이 바로 ‘문재인 시나리오’다.

물론 호사가들이 그럴듯하게 각색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딱히 흥밋거리로 치부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범상치 않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시나리오는 대충 이런 내용이다.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했을 때 손학규와 유시민 후보가 문재인 후보로, 그야말로 ‘통 큰’ 양보를 한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경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여전히 여야(與野)를 통틀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달 초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에게 ‘누가 대통령이 되면 좋은가’라고 물었더니, 박 전 대표에 대해 ‘그렇다’는 대답이 62%였다.

야권에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33%,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22%,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1%였다. 가상대결에서도 ‘박근혜(59%) 대(對) 손학규(32%)’를 비롯해 야권 후보들은 모두 열세였다.

그래도 정치권에선 야권 단일화로 여야 1대1 구도가 된다면 접전 양상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문 이사장은 친노(親盧)세력의 중심이다. 야권으로서는 TK보다 PK가 공략하기 쉬운 상황에서, 그가 PK출신이라는 점은 유리한 조건이다. 게다가 공수부대 복무와 민주화운동으로 투옥, 그리고 사법연수원 차석 졸업 등 개인적인 스펙에다 합리적인 이미지가 더해지면 대권 후보로서 유권자들에 대한 파급력이 그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 이사장이 내년 대선에 뛰어들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가 야권 후보 단일화에 그야말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데 그칠지, 스스로 단일후보가 될지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현재로선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겠지만 자신이 그 주역이 되려는 욕심은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문 이사장이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오른 것은 지난 4·27 재·보선 이후다. 최근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손학규 대표와 선두 다툼을 벌일 정도다. 이는 야권 대선 주자들이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민주화 운동 경력과 참여정부에서의 국정 경험, 친노 그룹의 열성적인 지지가 문 이사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런 강점에도 문 이사장이 현실 정치에서 혹독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선 주자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고건 전 총리가 유력한 대권 후보였는데도 중도에 하차했던 가장 큰 이유는 대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 즉 ‘권력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문 이사장을 염두에 둔 얘기로 곧잘 회자된다.

박근혜 전 대표도 남은 17개월을 지금처럼 끌고 가기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독주는 전례에 비춰볼 때 오히려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2007년 대선을 1년 반 가량 앞두고 국민 다수는 고건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그는 낙마했다.

그를 포함해 1997년 박찬종 후보와 2002년 이회창 후보 등 지난 세 차례의 대선에서 초반 선두가 대권에 성공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민심이 급변한다는 정치판의 생리를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다. 박 전대표가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극히 낮은 자세로 신중하게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문재인 이사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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