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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생명수와 장맛비

 

안성 공도와 평택의 접경지인 야트막한 백운산 기슭에서 소사벌 벌판이 비에 흠뻑 젖은 장엄한 광경을 보았다. 사뿐한 비구름들이 이 푸른 논과 밭, 냇가와 숲을 어머니 자식 껴안듯 생명수로 영양을 공급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또다시 거대한 새가 구름 날개를 펼치며 그 깃털 아래에 놓인 푸른 초장(草場)이 생명수를 받아 마시는 풍경 또한 너무나 경이(驚異)롭다.

백운산 자락 소나무 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하는 중에 넋을 읽고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동시에 그 비구름들은 나를 휘어 감았고 이렇듯 잠시 조우(遭遇)했다가 각자 제 갈 길로 갔지만 푸른 초장(草場)에 펼쳐지는 생명의 환희(歡喜)는 잊을 수 없다.

그 비는 생명수요 자비였다. 몇 번의 천둥 번개가 있었지만 결코 다툼을 용납지 않는 평화와 안식이었다. 그 어떤 것도 차별하지 않는 평등 그 자체였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일어다. 이때 자연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 아니다. 생동감과 생명성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장맛비는 생명수다. 장마가 있기 이전에 우리의 대지는 건기(乾期)에 놓여 있었다. 이후의 대지도 8월로 접어들면 염천(炎天)의 화마(火魔)에 대지는 타들어가기도 한다. 이 무서우리만치 전개될 불볕더위에 미리미리 생명수를 뿌려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를 일이다.

그 장엄한 광경이 좀처럼 나의 망막에서 사라지지 않고 자꾸만 인화되고 있었다. 지금의 장맛비는 생명수요 하느님의 자비였다. 다행히도 필자는 그 자비로운 한 가운데서 감사함을 잃지 않았다.

그날 오후에 귀가해 뉴스를 보았다. 장맛비에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이 보고되었다. 아까운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다. 불어나는 빗물에, 지반이 약해진 산더미 일부가 내려앉은 산사태 등 물에 익사하거나 매몰사고가 발생했다.(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께 명복을 빕니다.) 안타까운 사연이다. 앵커는 하늘을 원망하는 멘트를 날렸다. 장맛비를 놓고 필자는 생명수를 내려주는 하느님의 자비로움을 느꼈지만 뉴스앵커는 생명을 빼앗는 원망의 대상으로 성격을 규정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자연의 거대한 스트레스에 대한 인간의 불가항력(不可抗力)은 천재지변(天災地變)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인재(人災)도 있다. 충분히 대비 가능한 상황인데 인간의 무관심 내지는 기관의 무성의 때문에 고귀한 생명과 재산을 잃는 경우가 그 예일 것이다.

우리 민담에 3년 고개 넘다가 넘어져 3년밖에 살 수 없다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넘어지면 여러 해를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장맛비가 주는 하늘의 자비로움을 깨닫고 인간과 사회는 자신의 도리를 다 해야 한다. 이 상황에 하늘은 결코 원망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지라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대비를 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진춘석 평택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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