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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시흥연꽃테마파크 사색의 길에 서다

 

오랜만에 아들을 출근시켜주고 연밭으로 달렸다. 연밭은 뭔가 생각할 일이 있다거나 사는 일이 답답하고 버거울 때 가끔 찾아가는 곳 중의 하나다.

아무에게 말하지 않고 훌쩍 다녀오는 나만의 비밀의 장소 인 것이다.

관곡지 동쪽, 시흥연꽃테마파크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한없이 넓은 연밭엔 수많은 연들이 넘실대며 자라고 있다. 한쪽에 수련이 이제 막 피운 꽃잎에 이슬을 잔뜩 머금고 마음을 촉촉하게 끌어당긴다. 렌즈를 가만히 들이대 수련이 사는 모습을 담는다.

수련은 혼자서는 외롭게 피어있거나, 오밀조밀 몰려있거나, 아님 삐딱하니 물 위에 누웠거나, 연잎 사이 수줍게 얼굴도 못 내밀거나, 큰 연잎에 끼어 납작 엎드렸거나 혹은 당당하게 우뚝 서서 하늘을 보거나 천연덕스럽게 피어 화사하게 웃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꽃의 삶도 모두가 제 모습 제 생각대로 사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삶이란 권태기에 질질 끌려 다니며 조급해하는 내 모습도 수련 속에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런 사색을 할 수 있는 연밭이 근처에 있어서 참으로 좋다. 아직 연꽃을 보기에 이르지만 커다란 연꽃과 연잎이 출렁거리는 연밭에 절정이 오면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사색을 즐기고 삶의 충전이 되는 곳이다.

주말이면 새벽부터 밤늦도록 가족, 유치원, 동호인, 친구, 친목회, 동창회, 사진작가들과 연인들이 꽃과 잎으로 가득한 연밭을 거닐며 머리를 식히거나 여유를 즐기며 사색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출렁거리는 커다란 연잎 위에 우뚝우뚝 솟은 연꽃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러 각도로 감동하게 만든다. 예전에 연밭을 거닐며 연꽃에게 마음을 쏙 빼앗겨 그 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 시를 읊던 일이 생각난다.

나는 파란 하늘 이고 선 연이파리

구름도 머리 위로 머물다 가고

방방곡곡 떠돌던 카메라 수없이 눌러대도

나는 있는 힘 다해 봉오리 밀어 올리는 연꽃

파라솔보다 넓은 연잎 아래

동아줄보다 굵은 그넷줄 띄우고

넓은 치마폭에 담긴 연향을

훌랄라훌랄라 하늘에 뿌려주고 올 거야.

나는 화선지에 연향을 담고선 백련 한 송이

향긋한 연향 하늘 오를 때 진초록 연잎 위로 날아드는 지필묵 보다 그윽한 시의 내음

관곡지 선비 뒤를 따르는 연이고 싶다.

-시, 이연옥. ‘연꽃과 선비’ 전문

연꽃이 피는 계절뿐 만 아니라 봄에는 뾰족뾰족 연잎이 오르는 모습에서, 가을에는 황량하게 마른 벌판에서, 온통 대가 꺾이고 누렇게 마른연잎에서, 겨울에는 하얗게 눈 내린 벌판에 마른 연잎이 있는 풍경에서 사색의 공간은 철철이 변하며 마음의 발길이 붙잡히게 된다.

아직은 연꽃을 보기 이른 때지만 연꽃을 피우기 위해 커다란 연잎을 키우는 들판은 바람이 부는 대로 연잎 파도를 일으키며 출렁거린다. 곧 절정을 이룰 시흥연꽃테마파크. 커다란 연잎에서 환상을 만날 풍성한 올여름 연밭을 기대해본다.

사)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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