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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눈물의 의미

 

목련이 활짝 피어 있을 때는 그지없이 좋기는 한데, 지저분하게 떨어진 낙화를 보면 왠지…….

어디 꽃뿐이겠는가? 모든 것들이 마찬가지리라. 그 중에도 사람 끝은 더욱 아름다워야 한다. 얼마 전부터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해졌다.

청춘합창단이란 프로그램을 보았다. 출연자는 청춘이 아닌 최연소가 오십, 최고령자는 무려 연세가 구십이다 구십!

84세 할머니는 높은 음은 도저히 따라가질 못하고 쇳소리가 났다. 그러나 소녀처럼 호! 호! 호! 입을 가리며 웃으면서 “오늘같이 즐거운 날이 있을 줄 몰랐다. 감사하고 황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인다.

그 소녀(?)가 부른 노랜ㅡ아일랜드민요 종달새. 심사위원 한 사람 눈에는 슬쩍 눈물이 비쳤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15년 전에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아들을 생각할 때면 “우리~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로 시작되는 만남이란 노래가 가슴 절절이 와 닿았다면서…….

화면에 잡힌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슬슬 일그러졌다. 5년 전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는 할머니는 여고생시절 뛰어난 합창 단원이었다고 자랑하더니만 말도 표정도 어느새 그 시절로 돌아갔다.

그래 맞다 힘든 과거는 있을 수 있지만 아름답지 않는 과거는 없는 법이다. 자! 검버섯 얼룩진 연세90의 노인이 등장했다.

겉보기에는 건강해보였지만 기억이 문제였다. 노래하다 가사를 까먹고 “평소 막힘없이 줄줄 외웠는데 이상하다”하시면서 한번만 더! 그리고 또 한 번만 더! 무려 4번을 부탁했으나, 노래는 끝마치지 못했다.

소녀 같은 아흔 살을 보았다. 그지없이 귀여웠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은 왜 하나같이 울고 있을까? 여기도 눈물 쓰나미탓일까?

연변에서 음악교사로 퇴직했다는 이북 악센트가 강한 초로의 출연자는 “한국서 식당에 설거지를 하는데 처음에는 자존심 때문에 괴로웠는데 아파트 두 채 사고 딸 시집 잘 보냈다”고 하면서 밝은 표정으로 한 곡조 뽑았다. 이젠 조선족이라 부르지 말고 중국동포라 불러야겠구나.

하나같이 사연이 있고 하나같이 밝았다. 웃다 울다, 울다 웃다가…….80세 할머니가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안무까지 곁들었다. 노래 제목은 신나는 짠짜라! 정말, 정말 사랑(?)스러웠다. 유명한 뮤지컬가수의 어머니였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가죽조끼를 입은 할머니가 등장. 보컬의 리더라는데 밴드이름은 “이판사판”. 자막에는 64세라고 소개됐다.

며느리 손을 꼭 잡고 대기실의 71세 할머니는 어린 시절의 꿈이 가수였단다. 문밖의 며느리는 울고 있었다. 따님의 결혼식에 축가를 직접 불렀다는 정년을 며칠 앞둔 풍채 좋은 신사, 정말 멋들어지게 불렀다. 사위가 “오빠 한번 믿어봐”란 노래로 답가를 했다나. 임신 8개월의 따님과 함께 온 키 크고 인물 훤한 신사는 아내 몰래 왔단다. 간과 신장이식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는데, 오디션에 참석하려고 병원에는 허락을 받았지만 아내는 도저히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 담즙주머니를 차고 부랴부랴 왔단다.

듣기에도 거북할 정도로 호흡이 가빴다. 문밖에서 따님은 기도를 하고, 심사위원 모두 울었다.

지금, 나도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의식 혼미한 백모(伯母)가 있다. 안간힘으로 추억을 만드는 청춘(?)의 군상(群像)들을 보면서 왜 그리 허허롭고, 아쉬운지…….(나도 한때는 방송에 종사했던 사람으로 왜 저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했나 하는 후회와 아쉬움도 들었다)

그것이 인생일까?

/김기한 객원 논설위원·前 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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