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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아이낳고 싶은 세상은 성 평등한 사회로부터

 

우리 부부는 딸 하나를 키우고 있다. 요즘 국가적으로 핵심 이슈인 저 출산 문제를 생각하면 두 사람이 만나 한 명만 세상에 내놓았으니 필자는 분명 애국자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저 출산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땅은 좁고 인구밀도가 높으니 아이를 한 명만 낳은 우리 부부는 국가의 정책에 동참한 애국자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1960년대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 한다’는 가치가 지배하던 시대에 태어나서 80년대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표어가 거리 곳곳에 나붙던 시대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으로서 아이를 하나만 낳아도 족하다는 생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전 시대의 애국자에서 이제는 국가정책에 동참하지 않는 ‘애국하지 않는’ 국민이 됐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몇 십 년, 몇 백 년이 지난 것도 아닌데, 한 사람을 애국자에서 비 애국자로 만든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10년 1.22명으로 70년대 초반 4.53명과 비교했을 때 급감했다. 또한 UN은 2050년 한국의 인구가 700만 명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니 저 출산 문제 해결이 우리사회에 절실하긴 하다. 대한민국은 왜 아기를 낳지 않게 됐을까. 거창하게 아이 낳기를 꺼리는 세상을 논하기에 앞서, 나 스스로 왜 아이를 하나만 낳았는지 자문하면 그 대답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우리 부부가가 아이를 하나밖에 낳지 않은 이유는 양육 문제 때문이었다. 남편 직장을 따라 정착한 외지에서 아이를 키우며 대학 시간강사로 활동하던 필자에게 아이 맡길 곳도 변변치 않은데 둘째 아이를 갖는 것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출산을 방해한 또 다른 이유는 비정규직인 지방대학의 강사생활이 출산으로 인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비록 시간강사였지만 출산으로 인해 강의를 쉬게 될 경우, 다시 강의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둘째아의 출산을 계획하는 것을 포기했다. 필자가 아이를 하나밖에 낳지 않은 이유는 육아문제,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등 요즘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그 내용이 비슷했다.

얼마 전 필자의 지인이 초등학생 딸아이의 시험 준비를 도와주다 우리나라 저 출산 원인을 여성들이 밖에 나가 일을 하기 때문이라는 문제집의 해답을 발견하고 터무니없다고 울분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비단 이 문제집의 해답을 작성한 사람만이 갖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직도 사회곳곳에서는 여성들의 경제활동 증가로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저 출산 국가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묻는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인구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스웨덴(79.4%)의 출산율(1.97명)이 왜 우리보다 더 높은 것이냐고.

여성들이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에게 아이들을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2005년부터 저 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워 다양한 보육지원으로 양육부담을 경감하고 산전후 휴가 법제화, 육아휴직 법제화 등 저 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정부 정책에도 여성들의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아직도 출산을 장려하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편의 가사노동시간은 42분인데 반해 부인의 가사노동시간은 3시간 27분으로(통계청 2010) 여성의 경우, 직장생활 이외에도 가사노동의 부담이 남성보다 훨씬 크다. 이렇게 성 평등하지 못한 현실에서 출산율은 높아질 수 없다. 이에 정부에서도 제2차 저 출산 기본계획(2011~5) 중 일·가정 양립의 일상화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저 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과 남성이 변해야 한다. 장시간 이루어지는 근로문화를 개선하고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이 권장돼야 하며 무엇보다 아이양육을 배려하는 근무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 가정에서도 자녀양육이 여성의 몫이 아니라 부모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과 함께 남성들도 육아에 적극 참여하고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 이 같은 성 평등한 문화의 확산만이 우리나라의 저 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김선희 道 가족여성연구원 교육컨설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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