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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기쁜 장마, 슬픈 장마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일본의 전후 문학을 대표하는 허무주의 작가 ‘다자이 오사모’의 인간실격이라는 책에서 명사를 기쁜 명사, 슬픈 명사로 구분하여 나열한 대목이 나온다.

다지이 오사모는 ‘명사에는 한결같이 남성 명사, 여성 명사, 중성 명사의 구별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기쁜(희극) 명사, 슬픈(비극) 명사의 구별도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기선과 기차는 모두 슬픈 명사이고, 전차와 버스는 모두 기쁜 명사이다. 어째서 그런가, 그 이유를 모르는 자는 예술을 논할 자격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문학적 상상력으로 보면 이별열차는 있어도 이별버스는 없듯이 그 주장이 이해가 된다. 이런 문학적 상상으로 지금 우리의 ‘장마’는 기쁜 명사일까 슬픈 명사일까? 하는 좀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우선 지난달 22일 시작돼 25일 동안 계속됐던 올 장마가 끝나면서 많은 기록을 세웠다. 서울은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 11일 동안 매일 비가 내렸으며 이는 50년 전인 1961년 이후 6~7월 중 서울에서 연일 비가 내린 기간으로는 가장 길었다. 강수량도 많았다. 올해 장마기간(6월 22일~7월 16일)의 총강수량은 중부지방 750.3㎜로, 같은 기간의 평년값(지난 30년 동안의 평균) 232㎜의 3.2배였다.

남부지방은 502.9㎜로 같은 기간 평년값 253.4㎜의 2배였다. 전국 평균 강수일수는 19.3일로 평년값 11.7일의 1.6배였으며, 1시간 30㎜ 이상 강수일수는 1일로 평년값 0.43일의 2.3배였다.

이런 장마의 변화는 온난화로 지구 기온이 올라간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더워진 공기는 그만큼 수증기를 많이 흡수한 채 상승해 구름이 된다. 이로 인해 비의 양이 많아졌으며 더불어 8·9월에도 언제든지 폭우를 내릴 수 있는 구름대가 한반도 위에 수시로 생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몸살이 한반도에서 장마의 변덕으로 나타난다면 특히, 기후변화의 종착이 다양한 생물종의 멸종과 인간 생존의 위기를 향하고 있다면 이 기후변화로 인한 지금의 장마는 슬픈 명사이다.

더 슬픈 것은 지금의 장마가 자연의 섭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에 의해서 발생한 인간의, 인간에 의한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슬픈 장마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도록 인간 스스로 지속가능한 생활로 삶의 패턴을 바꿔야 할 것이다. 삶의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면 장마뿐 아니라 우리 자녀들의 ‘미래’라는 명사도 슬픈 명사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들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소비패턴의 변화만이 ‘미래’라는 명사를 기쁜 명사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장마철 끝에 해본다.

/이현철 광주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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