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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초대석] 이현재 하남지하철유치특위 공동위원장

30년 공직인맥·시민 서명부의 힘

 

서울시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지하철이 없는 하남시. 시민의 대부분이 서울을 생활권으로 하고 있지만 지하철이 없어 마땅히 누려야 할 교통편익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하남시에 최근 지하철 유치가 확정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새로운 나라를 하나 세운 기분이다’ 라는 등의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남시의 지하철 유치전 최일선에서 뛰어온 이현재 하남지하철유치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시민 모두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현재 위원장을 만나 하남시가 지하철 유치를 위해 지나 보낸 20년 세월과 최근 유치가 확정되기 까지의 과정, 앞으로 하남지하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 하남시의 지하철 유치의 역사

지하철은 지역발전의 생명선이다.

수도권에서 지하철이 없는 곳은 하남시 뿐이다.

양평과 가평에는 이미 다니고 있고 이천, 여주에도 추진되는 지하철이 하남에는 없다. 일부는 인구가 작아서 안 된다고 하지만 양평군이 9만8천명, 가평군이 6만명인데 이미 개통돼 주민들이 교통편의 증진은 물론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남시 인구는 15만명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보다 훨씬 적은 가평과 양평까지 개통된 마당에 더이상 인구 핑계는 댈 수 없을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하남지역에서 지하철은 정치인들의 선거공약 전유물이었다. 사실 지난 18대 총선에 나섰던 본인도 지하철 연장사업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려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것 이었다. 이유인즉 20여년간 정치인들이 공약을 내세웠으나, 아무도 추진하지 못했다며 지하철 얘기하면 사기꾼 취급 받는다는 것이었다.

3년전 중소기업청장 시절 잘 알던 기업인이 하남에 부지를 마련해 공장을 옮기려 했으나, 지하철이 없어서 직원들의 반대로 하남으로 공장을 이전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 2009년 5월 대규모 보금자리건설계획이 발표 돼 ‘이제 하남에도 지하철이 들어오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미사지구 보금자리까지만 연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대로 두면 하남시까지 지하철이 들어 오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하철유치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검단산까지 지하철을 연장토록 하는 하남5호선연장 건의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임동규 국회의원이 주최한 지하철 5.8.9호선 연장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한나라당 하남시 국정보고회에서 당시 정몽준 최고위원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시민 공감대 형성과 중앙부처 촉구용으로 '하남지하철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시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를 설득하다

주민서명으로 점화된 지하철유치운동은 어떻게 정부를 설득할 것인가가 과제였다. 청와대 비서관 시절부터 잘 알고 있던 국토해양부 차관을 방문하고,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리고 정부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정책실장에 건의했다. 정책실장은 고등학교 선배이면서 산업자원부 장관 시절 기획관리실장으로 모신 경험이 있어 큰 힘이 됐다.

하남지하철은 예비타당성 용역에 들어가 용역결과가 ‘1’ 이상이 나와야 했다. 그러나 여건이 충족될 수 없었기 때문에 교통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만나 설득했다. 국회 이병석 국토해양위원장에게도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용역이 확정된 뒤 기획재정부 차관을 방문했고, 하남지하철의 용역과제 채택을 끈질기게 호소했다.

평소 가까웠던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지난해 3월 기획재정부에서 용역과제로 확정했다. 하남지하철은 미사역-풍산역-덕풍역-시청역-검단산역으로 용역이 결정됐다.

그 뒤 검단산까지 용역 결과를 내기 위해 은행, 신안, 부영, 대명아파트 주민 1만2천여명이 또 다시 서명을 벌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수요부족’이라는 결점은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연간 100만명이 검단산을 이용하는 등산객 통계자료와 연간 340만명이 입장하는 조정경기장 이용객 통계를 찾아내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 하남 지하철 유치에 이 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하루하루가 숨 막히는 긴장 속에 지난 4월27일 지하철 연장사업이 확정됐다.

▲마침내 하남지하철 확정되다

하남시민 2만4천여 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부를 들고 청와대와 국회,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한나라당, 경기도 등 지하철 연장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은 전부 찾아 다녔다.

지난 30년간 공직생활을 통해 얻은 인맥의 도움도 컸지만 무엇보다 큰 힘은 바로 하남시의 발전을 간절히 원하는 시민들의 서명이 담긴 서명부의 힘이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선정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을 만나기 위해 과천청사로 거의 매일 출근하다 시피 했고 부재중일 경우 회식자리 까지 찾아가 그들을 설득했다. 지난해 8월 제2사무부총장직 당직 임명도 하남지하철 연장에 큰 도움이 됐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하남시민의 20년 염원이자 하남발전의 원동력인 하남지하철 연장은 정부를 향한 2년에 걸친 요구와 협상, 투쟁 끝에 얻은 자랑스러운 하남시민의 금메달이다.

어떤 시민은 “지하철유치특별위원회가 아니었다면 해 내지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어떤 시민은 “나라를 하나 세운 것 같다”고도 했다.

시민들의 이러한 반응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남시의 지하철 유치는 그만큼 어렵고 오래걸린 일이었다.

’서명한다고 지하철이 들어 오겠느냐?’며 빈정대던 말이 생각난다.그 당시 굉장히 가슴이 쓰렸지만 이제는 비에 씻긴 듯 다 잊었다.

그동안 성원과 관심을 보여준 하남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

하남지하철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사건인 동시에 하남시민들에게는 큰 자긍심이 될 것이다. 이제 하남에도 지하철 시대가 활짝 열렸다.

▲광역철도 유치가 남은 과제

앞으로 남은 과제는 시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주도형 광역철도 건설방식을 추진하는 것이다. 물론 내년부터 시작돼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과 김희국 제2차관을 차례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하남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75%의 국비지원이 가능한 광역철도로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토해양부는 광역철도 방식으로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 광역교통계획수립에 하남 5호선 연장사업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또 국토해양부는 하남지하철을 광역철도로 추진하기 위해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내년부터 하남지하철 연장사업 추진을 위해 하남지하철 연장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10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하남시에 지하철시대는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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