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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민심과 천심

 

올해 4.27 재보선이 있었다. 환호와 침울. 이 두 감성은 시대의 균형을 이끄는 마치 수레의 양 바퀴와 같다.

여야의 선거게임에서 심판인 주민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는가? 출마자들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며 조용히 그러나 긴장 속에서 결과를 주시한다.

결과가 공표된다. ‘역시 민심은 민심이었다.’와 ‘민심은 천심이었다.’라는 두 방향으로 반응이 나타난다.

전자라면 여당에겐 신뢰를, 야당에겐 분발을 촉구하는 언표이다. 그러나 후자라면 상황이 역전된다. 여당에겐 참패와 침울함을, 야당에겐 승리와 환호를 선사한다. 물론 이해타산과 손익계산은 했겠지만 주민들의 판결은 냉혹하리만치 균형과 조화였던 것이다. 문제는 현재진행형인 선거후의 결론, ‘민심은 천심이다.’란 표출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럼 천심이란 무엇인가?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으로 어느 것 하나 분명하게 잡히는 것이 없다.

하늘의 마음? 그럼 하늘은 무엇인가? 공간이 텅 비어있거나 태양과 달, 별들로 가득 차있거나 아니면 변화무쌍한 구름들이 허탄하게 생긴 대로 제 모양을 만들거나 시작과 끝을 헤아릴 수 없는 바람만이 하늘이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천심이요 하늘의 마음일까? 실체가 있으되 없는 것인가 아니면 형상과 본질의 무한한 교차적 변화인가? 게다가 민심이 천심이라면 도대체 어떤 민심이 천심이란 말인가?

아마도 천심이란 정형화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변화무쌍하지만 도도한 흐름을 이루고 있는 백성들의 거대한 마음의 물결이리라. ‘민심은 천심이었다.’함은 주권자인 국민들의 판결이 던지는 의미로 주권재민사상의 뼈아픈 일침이다. 민심은 백성의 마음이요 천심은 하늘의 마음이다. 백성의 마음은 지상에 있으므로 그 어디서나 지각할 수 있다. 그러나 천심은 천상에 있으므로 지각이 곤란하다. 왜냐하면 천상이란 그 자체가 시간 혹은 공간의 개념을 뛰어넘는 초월적이어서 좀처럼 지각할 수 없는 관념 속에서만 존재한다.

즉 생각 속에서 있다면 있음이고 없다면 없음이다.

전통적으로 우리에겐 민심은 천심이니 하늘의 심판은 곧 민심으로 구현되므로 위정자들은 이를 깊이 헤아려야 한다는 암묵적 가치를 관습적으로 알고 실천하여 왔다.

위정자(爲政者)들은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도자들이다. 따라서 시대를 읽을 줄 모르는 눈으로는 시대를 이끌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위정자는 그냥 범인(凡人)에 불과하다. 시대를 읽을 줄도 모르는 사람이 어찌 시대를 읽을 줄 안다거나 혹은 잘 알고 있다며 위정자의 대열에 합류하려고 하는가? 무슨 자격으로 아니면 지금의 무슨 가치를 소유했기에 시대를 이끌어간다는 말인가? 결국 백성들이 보기에 하도 어이가 없어서 ‘민심은 천심이다.’ 그러니 위정자들은 잘 알고 처신하라는 경고인 셈이다.

하늘은 생명도 주지만 거두어가기도 한다. 봄비가 뭍 생명들의 생명수가 되지만 때론 가녀린 생명들은 그 비에 익사할 수도 있다.

하늘이 주는 자비와 심판을 백성들은 직감적으로 잘 이해하여 왔다. 진리는 거짓이 아니므로 진리이다.

맹자는 하늘이 덕 있는 사람을 골라 임금을 시키며 이것을 하늘이 내린 명령이라고 보아 천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위정자 덕의 유무는 백성들이 따르는지 안 따르는지를 통해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이 백성이고, 다음은 국가이며 가장 하찮은 것이 임금’이라고 했다.

‘민심이 천심이다’보다는 ‘역시나 민심은 민심이다’라는 표현이 보편화되어 지도자들이 주권재민에 따라 균형과 조화를 통한 다수의 이익을 위한 길을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앞으로 그런 지도자를 희망하며 우리 범인(凡人)들도 그런 풍토를 만들어갔으면 참으로 좋겠다.

▲㈔한국문인협회 평택지부장

진춘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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