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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

 

목사가 된 가수 조하문이 최근 귀국해서 이런 말을 했다. “목회를 하면서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고백이야말로 나도 살리고, 주변도 살리는 길이란 걸 깨달았다.”

 

2002년 목사 안수를 받고 이듬해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떠난 그가 목회를 시작하면서 얻은 깨달음이었다. 그가 말하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은 ‘내 탓이오’와 같은 범주로 읽힌다.

 

자기 안의 화를 다스리는 지혜로운 처신일 수도 있다. 세상사란 내 주장만 우겨서 될 일이 아니다. 때로는 냉정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 답답한 정치판에 특히 유용한 명쾌한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권이 반값 등록금 추진과 관련해 급기야 전국 25만 사이버 대학생들이 공동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면서 낸 세금으로 고소득층 자녀대학생들 까지 지원하는 정책을 납득할 수 없다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대학 등록금 인하는 필요하지만 조건 없는 전면 시행은 안 되며 현실에 비춰볼 때 선별 지원이 타당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동안의 반값 등록금 논쟁을 지켜보면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난 것이 바로 ‘기여(寄與)입학제’다.

 

이른바 ‘3불(不)정책’으로 허용이 금지됐지만 기여 입학제야 말로 반값 등록금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사립대나 영국의 옥스퍼드, 캠브리지 등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기여 입학제에 대한 허용은 반값 등록금에 우선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서민들의 세금 부담은 물론 부(富)의 효율적인 사회 환원이라는 명분과 대학입학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가 있다. 기여 입학으로 조성된 장학금으로 학비 걱정 없이 면학의 길을 열어줄 수 있어 좋고, 부유층 자녀에게는 명문대 입학의 기회를 제공하니,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라 할 만하다.

 

또 하나의 쟁점인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알려진 대로 주민투표의 발단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무상으로 급식하는 ‘전면 무상 급식’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부자 무상 급식’을 반대한다는 것으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 의회가 법을 무시하고 무상급식 예산안 신설을 강행 처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번 서울시의 주민투표는 우리 사회가 어떤 복지를 먼저 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이 될 분수령과도 같다. 복지 포퓰니스트들이 자주 인용하는 스웨덴의 경우 사민당이 1940년대 복지 드라이브를 걸었고,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1970년대에 이르러 ‘보편적 복지’ 체제를 완성시켰다.

 

그러나 2010년 총선에서는 이러한 보편적 복지의 한계 극복을 공약으로 내건 보수당인 온건당이 2006년에 이어 또다시 승리했다. 오랜 기간 동안 공들인 보편적 복지였지만 결코 복지의 최선은 아니었다는 것이 이로써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다.지방의회가 법 절차를 무시하는 등 권한을 남용할 경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주민투표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주민투표를 놓고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내에서도 말들이 많다. 투표 결과에 대한 이해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부 ‘좌(左)클릭’ 경향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대선주자들의 처신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그동안 참여민주주의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민주당과 진보세력 또한, 자신에게 유리하면 참여를 독려하고, 불리하면 저지하는 것은 참여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22차례 순회공연을 한 ‘세시봉 친구들’이 22부터 24일까지 미국 LA등지에서 공연을 가졌다.

 

그런데 웬일인지 송창식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1만 일을 목표로 매일 방안을 빙빙 도는 수련(?)을 수십 년째 해오고 있는 송창식은 “앞으로 2천 일 가량 남았는데 미국 공연을 하면 시차 때문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출연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대단한 파격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이 틀릴 수도 있겠으나 송창식의 생각은 이런 맞고 틀리고의 경계마저 뛰어넘은 분명한 ‘상수(上手)’의 모습이다. 공명심에 사로잡혀 옹졸해진 정치판에도 그 좋다는 평안감사도 마다할 줄 아는 이런 파격쯤은 나와야 제대로 된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또 내가 틀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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