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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단상] 절제된 생활습관으로 건강 지키자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잊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 고통을 잊지 않는다면 그 괴로움 때문에 몸이 상하거나, 마음에 큰 병을 얻어 제정신이 아니게 살아가거나, 그 때문에 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폐인이 되거나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잊기 때문에 본인이 가졌던 꿈이나, 다른 사람들이나 혹은 신에게서 받은 여러 가지 은혜, 감사함을 잊고, 자신의 욕심, 욕망이나, 현실에 안주하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환자를 치료하다보면 가끔 자신의 과거의 병은 잊고, 현재의 병만을 말하면서 왜 낫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처음 한의원에 왔을 때의 상태를 잊고 현재의 아픔만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님 한분이 무릎이 아프다고 침을 놔 달라고 저의 한의원에 오신 적이 있습니다.

귀도 잘 들리시지 않아서 말씀을 나누려면 큰 소리를 내야만 겨우 대화가 되는데 그나마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몸을 살펴보니, 소화도 안 되어 식사도 잘 못하시고, 허리도 아프다고 하시고, 제일 문제는 무릎의 통증이었습니다.

나이도 있으시니 아픈 곳의 치료와 더불어 몸을 보하는 치료를 하기 위해서 배에 왕뜸도 떠 드리고, 원기를 회복시켜 드리기 위해 족삼리, 삼음교, 태계 등의 혈자리에도 뜸도 떠 드리고, 허리의 통증을 잡기 위해 허리에도 침을 놔 드렸습니다.

얼마간 치료를 하니 그분 말씀이 “선생님, 허리도 좋아지고, 소화도 어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 무릎은 조금도 낫지 않으니 어쩌면 좋습니까?”하시는 것입니다.

이럴 땐 참 난감합니다. 나이가 들면 신(腎)이 허(虛)해져서 허리와 무릎이 아프게 되는데 이를 치료하자면 침과 뜸은 물론 약을 같이 써서 치료를 해도 낫는다는 보장을 하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몇 번 치료를 받으시고 왜 통증이 없어지지 않느냐고 물으시는데, 귀도 잘 안 들리시니 설명을 해드리기도 쉽지 않고, 생활도 어려우시니 약을 드셔야 한다고 하기도 곤란한 실정이었습니다.

또 몇 가지가 호전 되었다면 의사를 믿고 계속 치료를 받으시면 좋은데 “아프지도 않은 배에는 왜 뜸을 뜨느냐?”면서 뜸을 뜨시지도 않겠다고 하시니 정말로 답답했습니다.

왕뜸을 뜨는 것은 중완과 관원이라는 혈자리를 보하는 치료인데. 중완은 소화기, 관원은 원기를 보하는 중요 혈자리이기에 특히 어르신들과 몸이 허약한 사람들에게는 몸을 보하는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치료입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腎)은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신장(腎臟: kidney)과는 다른 개념을 많이 포함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인체의 기본적 물질인 신정(원정)과 기본적 기능을 신양(원양)인데, 동의보감에서 신정은 태어날 때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 가지고 태어나는데 보충되지 않으므로 이것을 다 써버리면 죽는다고 하였습니다.

옛날 어르신들이 성생활를 절제하고, 침을 함부로 뱉지 못하게 하셨던 것도 다 신정을 보호하려 하셨던 것입니다. 또 신양이 허쇠하게 되면 몸이 추워지고, 소화도 안 되고, 소변도 자주 마렵고 등등의 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신(腎)이란 쉽게 말하자면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받아 나온 것으로 후천적으로 좋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소중하게 잘 가꾸고 지켜야만 되는 것입니다.

서양 의학적으로 보자면 유전자라는 것에 가장 가까운 개념이겠지요. 유전적 소인이 나쁜 사람이라면 환경이나 생활습관을 잘 관리해 나쁜 유전적 소인이 발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의 신(腎)이 가지고 있는 신정(원정)과 신양(원정)을 잘 관리해야 본래의 수명을 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욕망과 생활고 등으로 몸을 무리하게 쓰고, 성생활, 음주가무 등으로 원정을 지나치게 소모하여, 각종 질병을 키운 뒤에 오셔서 고쳐달라고 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입니다.

또 이런 경우에도 신정을 보하는 약을 드시고, 뜸을 뜨는 치료를 받으셔야 하는데도 “그런 것은 필요 없으니 아픈데 침이나 놔주세요!”하시는 것은 정말로 본인이 지난날에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를 잊고 계신 겁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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