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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아동센터 강점 살려 내실화할 때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늘고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방과후 돌봄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졌다. 엄마품 종일돌봄교실, 청소년 방과후아카데미, 지역아동센터, 꿈나무안심학교 등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다양하다. 모두 취약가정과 맞벌이가정의 초등학생 자녀를 중심으로 급식과 숙제·학습지도, 특기적성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듯 방과 후 돌봄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지역아동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엄마품 종일돌봄교실과 꿈나무안심학교 등 최근의 유사 서비스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구노력과 방향성 재정립에 대한 요구도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유사 서비스들과는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2004년 법제화를 거치면서 공식명칭을 부여받긴 했지만, 1990년대 이전부터 도시 빈민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공부방 운동에 근원을 두고 있다. 학교교실과 지역사회의 타 시설을 이용하며 한시적인 외부 인력으로 운영되는 타 서비스와 달리, 센터 고유 시설과 상근인력 등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강점이 있다. 최근 일반아동의 비율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센터 이용의 전제조건은 취약계층이다. 이들의 보호와 급식, 학습지원, 문화·정서지원,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문제상황의 예방과 치료 등, 취약·빈곤아동을 위한 1차적 사회안전망으로서 그 고유기능이 있다. 나아가 빈곤과 가족해체로 인한 위기가정 아동에게 가족의 기능을 보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가정’의 기능으로 다른 유사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지역아동센터 특유의 기능인 것이다.

필자는 최근 연구수행의 일환으로 현장을 방문하면서 지역아동센터의 강점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여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비교하여 처우와 근무환경이 열악하지만 투철한 사명감과 소신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시설장과 생활복지교사를 중심으로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원조가 활력 넘치는 센터운영의 원천인 듯 했다.

주변 중고등 학교의 공부 잘하는 형·오빠가 정기적으로 센터에 와서 초등학생의 학습을 지도하는 사례, 초등학교 때부터 지역아동센터에 다녔던 수혜자가 대학생이 되어 동 센터에 자원봉사교사로 활동하는 사례 등은 이용 아동들에게 롤 모델이 되기도 했다. 사회복지학 전공을 마치면 센터에 생활복지교사로 입사해 자신이 받은 만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는 신입 여대생의 의지에 찬 눈빛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도 밀려왔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자칫 위기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보듬어 주는 곳,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며 심신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따뜻한 식사와 가정과 같은 안정된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초등생들은 집에서 먹는 밥보다 맛있고 간식이 푸짐하다며 좋아하고, 야외활동과 캠프, 영화관이나 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체험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신나 한다. 이렇게 가정과 같은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 소규모 가족공동체라는 지역아동센터 고유의 기능이면서 강점인 것이다.

물론 극복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시설환경과 종사자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센터운영의 전문성이 낮아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운 곳이 있으며, 형편이 어려운 아동의 이용이 많아 수치심이나 낙인감이 어느 정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의지는 많지만 노하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시설이 있는가 하면, 심리·정서장애 아동, 다문화아동, 중고생 등 특별 관리와 프로그램이 필요한 아동이 증가하고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없어 힘겨운 곳도 많다.

이제 지역아동센터가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 이외에, 특별 관리와 조치가 필요한 아동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능 등이 한층 강화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운영 노하우가 축적되고 지역사회 자원이 풍부한 우수 지역아동센터를 지역거점센터로 지정하여 컨설팅 제공, 노하우 전수, 사례관리 지원, 지역사회 자원연계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내실화를 다지려면 지역아동센터의 자구 노력은 물론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 의지가 꼭 필요하다.

/전경숙 도 가족여성연구원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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