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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김하늘, 시각장애인役 힘들었지만 잘 견뎌냈어요

책 읽고·또래 여성 장애인과 만나
고민의 연속 다른작품과 비교불가

 

로맨틱 코미디부터 공포영화까지 김하늘만큼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소화한 여배우도 드물다.

최근에는 ‘배우’ 김하늘이라는 이름에 새로운 인장을 새겨넣었다.

오는 11일 개봉되는 스릴러 ‘블라인드’에 출연하면서다. 그녀가 연기한 첫 스릴러물이다. 차곡차곡 연기의 폭을 넓혀가는 김하늘을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영화에 대해 대뜸 “수아와 함께 이 여정을 잘 끝낸 것 만으로도 만족한다”며 “‘블라인드’는 어떤 잣대도 들이대고 싶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13년에 이르는 연기 공력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의 대답이다.

‘블라인드’는 끔찍한 범죄현장의 유일한 목격자가 ‘시각장애우’라는 설정의 상업 영화다.

김하늘은 살인마 명진(양영조)의 범죄를 인지하고 경찰과 함께 범인을 추적해가는 수아 역을 맡았다.

인터뷰 시작과 함께 김하늘은 시각장애우에 대해 무지했다고 털어놨다. 거리에서 지나다니면서 본 게 그들에 대해 아는 거의 전부였다. 이야기를 나눠본 기억도, 그들의 삶을 다룬 책을 읽어본 기억도 없었다.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기본부터 다졌다. 책을 읽고 시각장애인 학교에 가서 실제 장애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행동을 머리에 담고, 몸으로 익혔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했어요. 먼저 그분들에 대한 책을 읽었어요. 연기 때문에 무턱대고 만나기에는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후에 시각장애인 학교에 가서 제 또래의 여자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는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수아의 이미지와 장애우들을 봐온 연구를 포개서 연기했다.

“‘블라인드’는 질문하고 고민하며 견딘 영화”라고 했다. “수아는 영화에서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를 나름대로 극복하죠.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성숙해집니다. 그런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과연 내가 수아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저 자신에게 던졌고, 그런 문제를 견디면서 끝냈어요. 그것만으로도 다른 영화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심리적으로 훨씬 더 힘들었기 때문일까. 수아라는 캐릭터에 너무나 깊이 들어갔기 때문일까. ‘수아’의 잔영은 계속 그녀 주위를 맴돌았다. 뭔가 변곡점이 필요했다. ‘블라인드’가 주는 침울함에서 벗어나야 했다.

연하남과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그린 로맨틱코미디 ‘너는 펫’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다.‘너는 펫’에서 그녀는 장근석과 호흡을 맞췄다.

‘블라인드’의 유승호에 이어 아역에서 ‘잘 자라’ 성인 배우로 연기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두 남자배우다.

유승호와 장근석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김하늘은 유쾌하게 웃었다.

“둘은 굉장히 달라요. 승호는 겉으로는 어른스러운 구석이 있죠. 자기 캐릭터도 잘 소화해요. 일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딱 그런 이미지죠. 하지만, 아이같은 모습도 있습니다. 맑고 순수하죠. 근석이는 ‘너는 펫’이란 영화가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굉장히 귀엽고, 살갑게 행동해요. 그러나 내면을 보면 무척이나 성숙해 있는 배우입니다.”

나이 어린 남자 배우들을 이끌며 극을 진행할 정도로 김하늘의 ‘공력’도 상당하다. 1998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했으니 연기 경력만 13년이다.“로맨틱코미디가 제일 편하다”는 그는 결혼 계획에 대해 질문하자 “20대 때는 결혼 생각을 많이 했는데, 결혼할 시기가 되니까 오히려 여유로워졌다”며 “지금은 오직 ‘블라인드’ 생각뿐”이라며 웃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이가 드는 좋은 점에 대해 물었더니 “별로 없다”고 했다.

“여유로워지고 배려하는 마음과 시야의 폭이 넓어진 점은 있죠. 그렇지만, 어릴 때 좁은 폭 안에서 아등바등하면서 발산했던 에너지도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세상을 많이 알게 됐잖아요. 예전보다는 더 다듬어졌지만 어쩌면 다듬어지지 않을 때가 더 편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는 ‘동감’(2000) 같은 멜로, ‘령’(2004) 같은 공포, ‘7급 공무원’(2009) 같은 코미디까지 지난 13년간 쉼없이 달려왔다.

그래도 연기는 어려움의 연속이란다. 그러나 “연기하는 제 모습이 좋다”고 말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애정의 뿌리는 깊었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했다.

짧지만 자존심과 단호함이 짙게 배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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