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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문화재정 뒷받침돼야 콘텐츠 강국 진입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겠지만 세계 시장규모에서 콘텐츠산업은 자동차나 IT산업을 능가하고 있다. 말하자면 영화나 게임이 자동차와 핸드폰보다 더 큰 시장이라는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세계 콘텐츠 시장규모는 1조 3천566억 달러인 데 비해 자동차는 1.2조 달러, IT는 8천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의 주력산업으로 대부분 자동차 만드는 것과 핸드폰 만드는 게 더 돈을 많이 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과 같은 콘텐츠 산업이 우월한 것이다.

국가적 키워드인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역시 놀랍게 콘텐츠 부문이 제조업보다 고용유발계수가 높다. 관광산업은 훨씬 더 높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 1인 유치는 반도체 257개 또는 칼라TV 18대를 수출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 언론의 흥분이 말해주듯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 성과는 눈부시다. 올해는 유럽 각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 가수들을 보려고 한국 방문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거의 보통명사가 된 케이팝은 이제 미국의 팝, 영국의 록, 프랑스 샹송처럼 글로벌 음악으로 점프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런 부푼 꿈 앞에 정부의 문화재정 그래프를 보면 기운이 꺾인다. 현재 정부의 문화재정투자 즉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규모는 3조 4천500억여원으로 정부 전체 재정의 1.12%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20개국의 문화예산이 정부재정 대비 평균 2.2%라는 것을 전제하면 딱 절반수준에 그친다.

산업현장에 지원과 격려를 해주려고 해도 당국은 예산부족으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세종대 한창완교수의 말대로 “한류는 민간이 어렵사리 장만한 상인데 문화체육관광부는 밥숟가락만 얹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런 현실을 보면 최근 한류의 성과는 과장하면 개천에서 용이 난 셈이다. 하지만 현상은 어쩌다 건진 것일지 몰라도 그것을 유지시키고 확산하는 작업에서 개천의 용은 없다.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유럽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쓸 돈이 부족하다.

콘텐츠 강국으로 진입을 눈앞에 뒀다고, 문화가 신(新)성장 동력산업이라고 떠들어대지만 말뿐이고 정작 문화관광부는 산업현장에 지원을 제대로 못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화재정은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매번 국가재정 운용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함께 불어 닥친 ‘욘사마열풍’으로 인해 일본 NHK에 한국어 프로그램이 생겨났으며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고 유망하다고 여기는 직종이 문화콘텐츠산업, 관광산업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문화에 대한 외국의 인식은 가히 혁명적으로 달라졌다. 지난 3월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강좌를 개설하자마자 수강생 정원 200명을 넘어 대기자 300명이 등록했을 정도라고 한다.

과거 우리가 프랑스문화원의 강좌를 들으려고 줄을 섰다면 이제는 한국문화원 앞에 외국인들이 기다리는 광경을 본다. 늘 외국 팝가수에 우리가 열광하던 것에만 익숙하다가 얼마 전에는 프랑스와 영국 젊은이들이 케이팝 가수를 보려고 공항과 공연장에 몰려드는 역전을 목격했다. 이게 경이가 아니고 무엇인가.

현실은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한국의 주류 문화예술이 외국인의 가슴을 파고들고, 어둠에 허덕이는 비주류 예술이 솟아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돈이 돌아야 한다. 문화재정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근래의 청사진은 곧 빛이 바랠 수 있다. 돈은 필요할 때 제때 써야 한다고 했다. 문화예술의 경우 지금이 그 시점이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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