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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공정한 법치로 국민신뢰 얻어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4차 유엔 세계검찰총장회의 축사에서 “대한민국은 압축 성장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정의와 공정성의 가치가 다소 훼손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공정 사회의 기본은 법의 지배, 법치주의로서 엄정한 법 집행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 희망이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발행되는 워싱턴포스트(WP)는 “경쟁과 추진력으로 상징되던 한국에서 최근 ‘공정(fairness)’이 새로운 사회적 가치로 떠올랐으나 현실적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최근 학생들이 공정사회를 외치고, 장관들은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며,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대통령에게 실행이 늦다며 다그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WP는 “이 같은 현상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놀라운 명성을 갖고 있는 이 대통령이 한국에서 지지율이 20%대 후반에 머무르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개발 경쟁구도속에서 그간 등한시 해 왔던 공정사회에 대한 염원이 이제 우리 주변에 팽배해 있지만 아직은 요원하다고 보고 있는 원인분석과 현실인식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010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사회를 집권 후반기 핵심 국정 철학으로 제시한 지 1년을 맞고 있다. 그러나 WP는 한국 국민은 공정이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전후 호황을 이끌었던 재벌의 등장, 경쟁 위주의 교육시스템 등 이른바 ‘승자독식’이라는 기존의 경향 뒤바꾸는 것으로 점차 공정이라는 가치가 달성하기 어려운 이상임을 깨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실적으로 서민물가와 대학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동안 서민층의 소득은 줄어들고, 서울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지방은 기업유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혜와 뇌물이 법치시스템과 금융감독, 정상적 기업거래를 훼손하고 있고, 최근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반값등록금 사태 등을 겪으면서 국민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신임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이 논란과 시비 속에서 공식적으로 직무를 개시했다.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권 장관과 한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임기 말까지 함께 갈 가능성이 높다. 정권 말기를 관리할 ‘사정 라인’인 셈이다. 청와대가 ‘코드 인사’ 논란을 정면 돌파하고 두 사람의 임명을 강행한 이유도 그런 사정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국회 청문회에서 이런 정치적 계산법이 작용했다고 해도, 두 사람의 도덕적 흠결과 자질 문제까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회 청문회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들만 보면 과연 두 사람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인지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법제도를 관장할 고위 공직자의 이미지 훼손은 국민의 신뢰 저하로 이어지기 쉽다. 앞으로 두 사람이 하는 일들이 국민의 불신을 받을 개연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당장 김준규 전 검찰총장의 조기 사퇴로 일시 중단됐던 저축은행비리 수사를 공정하고 명쾌하게 마무리짓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외부 변수로 인해 중단됐던 수사여서 수사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부터 간단치 않아 보인다.

권재진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공정한 법집행’과 ‘국민의 신뢰 회복’을 외쳤다. 일단 방향 설정은 올바르게 했다고 본다. 그렇게 원칙부터 풀어가지 않고서는 현재 검찰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관건은 얼마나 실천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검찰의 명운이 공정한 수사에 달려 있음은 재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당장 대검 중수부가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얼렁뚱땅 덮으려 했다가는 국회에서 중수부 존폐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국회의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가 청문회 한번 열지 못하고 활동을 끝냄에 따라 ‘특검’도 검찰의 턱밑까지 다가와 있다. 검찰은 더 이상 피할 데가 없다는 얘기다. 새 사정라인 출범을 전기로 삼아 검찰이 실추된 위신을 회복하고 국민적 신뢰도 되찾기를 바란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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