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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家臣)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였다. 당시 여러 나라의 대부(大夫) 밑에서 벼슬한 사람을 일컬어 가신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부족국가시대에 왕이나 대가들이 가신을 두었는데, 고려의 무신(武臣)정권시대에 최충헌(崔忠獻)이 자기 집에서 나라의 정사(政事)를 맡아보고 있을 때, 임금의 신하와는 별도로 자기 집안에서만 일을 보는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던 데서, 세력가 밑에서 일하는 사람을 일컬어 가신이라 하게 되었다.
근래 우리사회에 가신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 정치권의 독특한 권력구조 덕분일 것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래 우리 정치권은 늘 보스정치의 낡은 구조에 머물러 있었다. 정치권의 대표적 보스들인 3김씨(金氏)가 득세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까지의 일이다.
역대 정치보스와 가신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렇다. 이승만과 이기붕, 박정희와 차지철, 전두환과 장세동, 노태우와 박철언, 김영삼과 김현철, 김대중과 박지원, 그리고 노무현과 ?.
정치권에 가신정치인들이 있다면 재계에도 가신이 있다. 그 가운데 최근 투신자살한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과 그의 가신 김윤규 사장과의€ 신의가 세간의 화제로 오르내리고 있다.
정몽헌 회장은 투신 직전 자신의 가신이었던 김윤규 사장에게 애틋한 사연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서 정 회장은 김 사장에게 선친인 고 정주영 회장의 유업이며 자신의 유지이기도 한 대북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마지막으로 “자주 윙크하는 버릇 고치세요”라고 쓰고 있다.
고인의 그 농(弄)섞인 한마디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그 말은 둘 간의 신뢰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설명하는 동시에 정씨가(家)의 가신 김윤규 사장의 불굴의 신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김 사장과 함께 정 회장의 가신으로 분류됐던 이익치 전 회장이 영안실에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준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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