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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매일 그 시간에 만나는 사람들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면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불편한 몸으로 지팡이에 의지해야만 걸을 수 있는 할아버지와 늘 함께인 두 분의 수녀님, 어린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가족이다. 부부가족은 엄마 등에서 잠든 아이와 아빠 손을 잡은 댓살 박이정도 여자아이다. 그리고 신문 배달을 하는 아저씨와 우유 배달을 하는 아주머니, 걸음걸이가 남들보다 두 배정도나 빠른 아주머니 한분이 더 있다.

간간이 오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그들은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들일 뿐 위의 분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같은 시간에 그것도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다보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언제부터인가 서로 가벼운 눈인사 정도는 나누게 됐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얼굴을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 어떤 이유였든 매일 만난다는 사실만도 우연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모두가 잠자리에 든 시간 저마다의 뜻은 다르겠지만 마음먹은 것을 이루고자 새벽길을 나서는 사람들, 노력하는 자세만도 공통점은 있지 않은가.

한발 한발 띄기조차 버거운 할아버지는 그렇게라도 발걸음을 옮겨놓으며 마비된 신경을 살려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일 게다. 어린아이까지 함께한 젊은 부부는 아빠의 한쪽 손엔 성경책이 들려 있다. 성경에 기록된 말씀대로 살기 위한 그들만의 고단한 노력일 것이다. 수녀님들 역시 성당을 향한 발걸음이다. 아주머니 한분은 동산자락 사찰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길을 재촉한다. 그는 예불을 드린 뒤 절간 청소까지 모두 마치고 온다니 여인의 정성과 열정이 대단하지 않은가.

그처럼 가는 길의 방향과 기대하고 바라는 목적은 다 다르지만 변함없고 한 결 같이 노력하는 마음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해서 그들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 하고 싶은 것이다.

때문에 어느 날인가 그들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눈에 띄지 않는다면 기다리게 되고 궁금해질 것 같다. 그러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다면 온갖 상상을 동원한 걱정을 하게 될 것도 같다. 그들과의 만남은 이처럼 내 일상에서 한 부분이 된 듯싶다.

절을 찾는 아주머니를 제외한 다른 분들과는 단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하지만 오랜 동안의 만남으로 그들은 이미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집을 나설 때마다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꼭 만나야 할 사람들로 반드시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 시간에 꼭 봐야할 사람들로 각인된 그들, 식사한번 말 한번 건네고 나눠 본적 없는 사람들이다. 인연이란 알 수 없는 일이니 매일 만나게 되고 얼굴을 봐야 안심이 되는 사람들로 뭔지 모르지만 나와의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다. 어쩌면 그들과의 만남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그 어떤 인연의 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들과의 만남은 우연이 아닐 거라는 믿음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며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지금처럼 얼굴을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구문학 등단 ▲경기도 문학공로상 ▲제9회 성남 문학상 ▲한국 문인협회 회원 ▲성남 문인협회 (감사) ▲성남 여성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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