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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물왕저수지를 아시나요

 

말복이 지나고 입추가 지나도 올 여름 더위는 가실 줄 모릅니다. 잠시 땀도 식히고 머리를 식힐 곳 어디 없나, 생각하다가 호조벌과 연결된 물왕저수지를 찾았습니다. 물왕저수지는 이 근방에서는 풍경이 아주 수려하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낚시터이면서 휴식처입니다. 물결이 잔잔한 물왕저수지는 길고 넓어 마치 붓으로 멋지게 휘갈겨댄 곡선처럼 휘어져 있어 한층 더 운치 있었습니다.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저수지 옆으로 만들어진 보도블록을 걸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넓은 호수는 보는 사람 마음을 후련하게 합니다. 길고 넓게 들어선 저수지 끝에서 맞은편 산 아래쪽으로 돌아가니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나있는 저수지의 표면은 물살 하나 없이 잔잔합니다. 저수지 바람이 ‘훅~’ 불어 차창을 통해 들어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려고 축축 늘어진 수양버드나무 아래나 물가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젊은 연인들이 많았던 여느 때와는 다르게 가족을 동반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합니다. 호수 위의 물결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호수 주변의 사람들도 저 잔잔한 물결위에 많은 생각들을 던지며 발갛게 물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길에서 보는 그들의 뒷모습이 퍽 행복한 가정같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문득 노을 속에서 한 가족이 비쳐집니다. 셔터를 누르니 아이의 엄마가 웃으면서 묻습니다.

“사진 찍나요?”

“네, 죄송해요. 허락도 없이.”

“왜 그러는데요?”

“풍경이 넘 좋아서 한 장 찍어본 거예요.”

“아가, 아줌마가 사진 찍어준대. 예쁘게 웃어봐.”

엄마는 금방 활짝 웃어 보입니다. 그 미소가 마치 고운 노을빛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동료들 모임인 듯한 사람들을 배경으로 노을을 잡으려는데 한 젊은 사람이 내게 오더니 묻습니다.

“풍경이 좋습니까?”

“네, 노을과 어울린 모습이 아름답네요.”

“아, 그래요? 저 사람들이 제 친구들입니다.”

“낚시를 즐기시는가 봐요.”

“네, 집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이곳이 좋아서 피서 겸 왔습니다.” 1950년대 초부터 낚시꾼들은 이곳 물왕저수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서쪽엔 관무산, 남쪽은 마하산, 북쪽은 운흥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어 많은 사람들이 최상급 낚시터라고 말합니다. 주로 재래종인 붕어와 초어 백연어 등 어종이 다양하다고 합니다. 호수가 빨갛게 물들어 주변 사람들 얼굴에서 마음까지 빨개지는 것 같습니다. 낚시터에 앉은 사람들도 노을과 함께 빨갛게 익어갑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바다의 노을만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호수의 노을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재주가 있나봅니다. 바다의 노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줬습니다. 해가 호수 속으로 꼴딱 가라앉더니 호수는 캄캄해지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 깜깜한 어둠 속에서 별처럼 불빛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다시 포장도로에서 바라본 호수 주변은 불야성을 이루며 별천지가 되어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갑니다. 어둠 속에서 물왕저수지는 꿈을 꿉니다.

/이연옥 시인

▲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장 ▲시집 <산풀향 내리면 이슬이 되고> <연밭에 이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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