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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탐욕(貪慾)이 선(善)일까?

 

태어날 때부터 좋은 팔자를 물려받은 사람을 우리는 흔히들 “금숟가락 물고 태어났다”라고 한다.

금숟가락의 기준은 돈이다. 학식과 교양, 이런 것을 물려받은 사람을 보고 금숟가락 운운하지는 않는다. 주위에 금숟가락 입에 문 사람을 손꼽아보면 일곱명쯤 되는데, 부자순위로 7등까지라고 보면 된다.

삼십년 전쯤 그땐 귀하던 자가용을 손수 운전하고 동년배 친구들은 그들을 집안어른처럼 공손히 모셨다. 무리에 끼지 못한 이들은 갈비 몇 대에, 맥주 몇 병에 자존심을 판다고 비아냥대기도 했지만… 좋은것은 거의 기억 없고 재미난 화제는 숱하게 뿌렸다.

그런데 모두 공통점이 있다. 자수성가(自手成家)한 아버지를 가졌다. 그리고, 그네들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는 보편적 기준을 넘어서 관대했다.

실망과 이해 그리고 기대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았다. 호적을 파낼 작당을 해도(그 당시에 최고의 불명예) 자식들을 위해 변명하고, 집안과 주위에 입단속이 우선이었다.

솔직히 나 같았으면 벌써 쫒겨났을텐데, 이런 부러움도 많았다. 자수성가한 분들은 인생목표가 단순하고, 뚜렷하다. 춥고, 배고프고, 괄시받은 내 인생을 결코 자식들에겐 물려 주지않겠다!

옆도, 뒤도 보지않고 어금니를 물고 매진한다. 단순한 목표는 강한 추진력을 갖는 법이다.

소위 세속적 성공을 거머쥐는 과정에서 이미 천 개를 가졌지만 남이 가진 한 개를 탐할 수 있고 남의 눈물따윈 아랑곳하지 않는다. 항상 과정보다 결과를 높은 순위에 둔다.

아버지가 직접 사업을 맡았을 때는 지방기업이지만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외국으로 수출도 했지만 애지중지하던 자식들이 대를 이어 사업을 맡은 후 하나같이, 지금은 흔적없이 사라졌다.

굴뚝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간간히 들리는 이야기로는 어떤 이는 알콜중독자 비슷하게, 또 어떤 이는 부인이 남의 살이를 해서 생계를 꾸려간다는 풍문도 있다. 그 땐 모두들 참으로 당당했는데! 이젠 모두 재기 할 수 없는 육십 중반인데….

외국영화감독 가운데 올리버 스톤이란 사람이 있는데, 영화를 좀 어렵게 끌고 가는 사람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가 던진 메시지를 해석하느라 자연 머리가 우직하지만 여운도 오래간다.

그가 만든 영화 가운데 유명한 「월 스트리트」란 영화가 기억난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 가장 뚜렷한 곳이, 월 스트리트인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이클 더글라스(나쁜사람 역), 마이클 신(좋은사람 역)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마이클 신은 세상을 착하게(정상적)살아서는 도저히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하고 마이클 더글라스의 문하에 들어가서 가르침을 청한다. 무협지의 한 장면을 연상하면 된다.

그때 스승께서 말씀하시길 생존의 법칙 가운데 최상이 “탐욕이 선(greed is good)”이라고 냉정하게 말한다.

이글거리는, 그리고 차가운 눈 연기가 일품이었다. 마이클 더글라스는 이 작품으로 그해 아카데미주연상을 거머쥔다.

하여간 이 말을 철저히 따랐다. 마이클 신은 부자가 되어가지만 아버지의 착하게 살아라는 충고를 받고 깨달은 바가 있어 약자의 편에 선다. 하지만 끝내는 감옥에 간다.

춘향전이나 흥부전처럼 권선징악(勸善懲惡)이 아닌 권악징선(勸惡懲善)이다. 영화를 보고난 후 두 가지 생각에 갈등한다.

마음은 분명 마이클 신을 지지하는데, 마이클 더글라스의 호화로운 저택, 최고급 승용차,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독버섯이 분명하지만 멋진 여인들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엔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결론을 내려야겠다. 자식을 망쳐버리는 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자식사랑과 가치있는 인생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버리라는 아버지의 사랑. 선택은 우리 몫인데… …하여간 간단한 결정은 아니다.

/김기한 객원 논설위원·前 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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