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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교장선생님, 저 화장하는 아이에요”

 

놀라셨죠? ‘화장하는 아이가 웬일로?’ 그러셨죠? 교장선생님께는 면구스럽지만 사실은 요즘엔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저처럼 화장하는 아이가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이젠 웬만큼 표가 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기도 해요.

휴일에 동네 공원이나 시내 곳곳에 나가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것 같고, 중학교 1학년인 저희 반만 해도 반 정도는 화장을 해요.

중·고등학생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초등학생 중에도 피부색 보정용 선크림에 간단한 아이라인을 한 아이도 눈에 띄고, 심지어 마스카라에 붙임 속눈썹, 볼터치까지 하는 아이도 있으니까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들이 네다섯 명씩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자신이 써본 화장품의 좋은 점, 나쁜 점을 서로 얘기해주기도 해요.

그러다가 함께 화장품 로드숍에 쇼핑을 하러 가기도 하구요. 그런 가게에 가면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니까요.

사실은 간단해요. 인터넷에서는 ‘학교에서 안 걸리는 화장법’ ‘시내 나갈 때의 아이라인법’ ‘얼짱 화장법’을 다 볼 수 있고, ‘화장 선배’들은 친절하게 ‘초등학생을 위한 화장법’을 올려놓기도 하니까요. 초등학생들은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면 기초화장이 뭔지, 포인트 메이크업, 클렌징 같은 걸 도무지 알 수가 없을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자세한 설명과 화장품 이름, 회사 이름, 가격 등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고 있어요.

교장선생님. 문제는, 우리가 이렇게 화장을 하는데 대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점이에요.

심지어 같은 학교 선생님들께서도 서로 다르다니까요? 어떤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대해 주시고 예쁘게 봐주시는데, 다른 선생님은 보실 때마다 무슨 외계인 대하듯 하시는 거예요. 표정을 보면 ‘얘도 이거 노는 애 아냐?’ 그러시는 걸 당장 눈치 챌 수 있어요.

노는 아이? 천만에요. 물론 화장을 하는 아이들 중에는 ‘노는 아이’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가 거의 대부분이에요.

화장이 ‘노는’ 것 하고는 관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거죠.

그럼 왜 화장을 하느냐고 하시겠죠? 그냥 해보는 거예요. 학생들이 도대체 화장은 왜 하는 건지 궁금하시면 어른들이 화장을 하는 이유를 따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나 어른들이나 화장을 하는 이유는 똑같을 테니까요. 뭐랄까… 자신을 나타내고 싶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고, 무언가 해야 하겠는데 얼른 그 길이 생각나지 않는 답답함 때문에 화장을 더 진하게 해보기도 해요.

아, 참! 아이라인 정도는 다들 괜찮다고 여기지만 진한 색조 화장을 하면 오히려 친구들에게조차 따돌림을 당할 수가 있어요. 그건 우리도 조심하고 있어요.

교장선생님. 선생님들 생각은 우리와 크게 다를 때가 있어요.

우리는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도 선생님들께서는 “어디까지가 화장이고, 어떤 경우가 화장이 아닌지 기준이 있어야 한다”면서 꼭 기준이나 규칙을 말씀하시죠. 학생에게 맞는 화장도 있을 것 아니에요?

화장이 나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럼 그렇다고 가르쳐주면 좋지 않을까요? 가령 “그렇게 하고 다니면 탈선의 늪에 빠지기 쉽다”면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실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요즘은 ‘이런 것 말고도 뭔가가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깊이 하고 있는 아이도 많아요. 단순하게 화장 얘기를 하시기보다는 그런 얘기를 더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우리는 그런 선생님을 사랑하고 존경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무턱대고 “고등학교, 대학을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화장이라니!” 그러시는 건 참 답답한 말씀이에요.

/김만곤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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