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수요초대석] 조명철 통일교육원장

北 김일성 종합대 교수 출신 북한 이탈주민 첫 고위공무원

 

휴전선 너머 보내는 남녘 희망 사선 넘어 찾은 오랜 자유의 꿈

다음은 조명철 원장과의 일문일답.

-통일교육원장에 임명돼 1개월이 지났는데 소감은?

먼저 이러한 중책을 맡게돼 기쁘기도 하지만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겁다. 사실 기쁨을 누릴 여유도 별로 없이 지난 1달간 업무를 익히고 각종 회의에 참석하는 등 정말 정신없이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제 조금 안정됐지만,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요즘은 통일교육을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국민, 전문가, 유관기관 관계자분들의 많은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통일교육원장 공모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평소 한반도 통일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고민해오던 차에 통일교육원장 공모 기회가 생겼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연구하던 북한경제에 대한 지식과 북한에서 지냈던 경험이 통일교육의 내용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갖고 있는 다양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 통일교육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다.내가 통일교육원장으로 임명되는 것이 내 자신에게 크나큰 영광일 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 어려운 정착과정을 거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군사분계선 너머에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희망의 신호를 보낼 수 있고, 북한 정권에는 경고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용기를 내 지원하게 됐다.

-북한이탈주민들의 현실과 실정은 어떤가?

북한이탈주민들은 그 동안 대한민국과는 전혀 다른 체제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들과 비교할 때, 노력하겠다는 의지는 강하나 기술, 정보, 지식 등이 부족해 같은 선에서 출발하기에는 여전히 벽찬면이 있다. 다행히 정부가 다양한 정착지원을 제도화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정착의 어려움이 많이 해소된 상태다. 다만 이런 다양한 지원 제도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북한 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시선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이에 부응해 북한이탈주민들은 이 땅에서 성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는 것과 관련한 생각은?

그 동안 북한이탈주민들이 사회의 무관심과 편견 때문에 제한된 활동을 해온 측면이 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벽돌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이다. 또한 이제는 북한 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생산적 기여자로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진출은 북한이탈주민들 스스로에게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많은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정말 성실하게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해 자기 위치에서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인식을 개선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다른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선순환의 추동력이 될 것이다.

-통일에 대한 생각과 꿈?

통일 한국은 분명 자유가 숨쉬어야 한다. 북한과 같이 감시와 통제가 지배하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싫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속히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서고 국민들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또한 통일한국은 서로 나눔이 있어야 한다. 남과 북 주민들 서로가 상대방이 가지지 못한 것을 나눌 줄 알아야한다. 그러다보면 많은 것을 가진 우리 국민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나눠줘야한다. 바로 통일비용이며, 그런 나눔을 통해 우리가 누리게 되는 통일 편익은 무한할 것이다.

-앞으로의 통일교육 방향은?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올바르게 인식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전파하는 노력에 중점을 두겠다. 이를 위해 통일교육의 3대 기본방향인 북한 바로알기, 확고한 안보의식 정립, 아름다운 통일미래 보여주기를 균형적으로 추진 할 것이다. 방법적으로는 국민에게 ‘찾아가는 교육’과 계층별·연령별‘맞춤형 교육’을 전개해 나가겠다.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맞춰 사이버를 활용한 교육, SNS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교육을 강화해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하겠다. 또한 어떤 일부 세력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통일교육을 추진함으로써 다가오는 통일미래를 준비하는 데 온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나가겠다.

-북한 3대 세습이 공고화 될 것으로 보는가?

세습은 진행되겠지만, 공고화에 대한 예측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세습’이라는 것은 기존의 모든 것들을 그대로 물려준다는 의미가 있다. 즉, 김정일 체제가 가지고 있는 사상, 이념, 정책, 기구, 사람까지도 인계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어느정도 안정성을 가지고 세습이 이어질 수 있겠지만, 앞으로의 김정은 체제하에서 어떠한 변화를 하느냐에 따라 지지와 안정성이 결정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다녔던 평양 남산고등중학교와 관련한 일화는?

평양 남산고등중학교는 북한 고위층 자제만 다닐 수 있는 학교다. 부모가 장차관이 되면 다른 학교를 다니다가도 이 학교로 전학을 와 그만두게 되면 또 다른학교로 전학을 간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김일성 자제들을 위해 만든 학교에 불과했다. 김정일과는 함께 학교를 다닌적은 없고 그의 동생인 평일, 영일이와 함께 다녔다. 특히 영일이는 바이올린 연주가 수준급 이었다. 그럴만한 것이 북한 최고의 예능 선생님들로 부터 교섭을 받았는데, 함께 공부하던 우리가 주눅들 정도로 연주를 잘 했던 기억이 난다. 김일성 자제들이 졸업한 뒤 이 학교는 없어졌다. 이후 김정일 자제들은 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탈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

어떠한 특정한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기 보단, 오랫동안 꿈꾸던 자유에 대한 열망이 마음을 정하게 했던 것 같다. 북한의 김부자 정권에서 태어나 자라고 생활하면서 탈북할 때까지 35년간 계속된 억압 생활로 북한체제에 대한 회의가 누적돼 왔다. 그러던 중 탈북을 한 시점은 내가 중국 난개대학에서 교환근무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자유로운 분위기, 대한민국에 대한 다양한 정보 등을 접하게 되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분노가 더욱 쌓이게 됐다. 내가 탈북이라는 행동을 통해 북한 체제에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은?

가족이 보고싶고 가족에게 죄스러운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탈북과 동시에 많은 일들이 밀려왔기 때문에 그런 마음으로 오랜시간을 있을 여유가 없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변에 너무 많은 분들이 제게 도움의 손길과 마음을 주셔서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 위해 정부와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북한이탈주민들이 그 동안 살아온 체제와 전혀 다른 체제의 우리나라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원이 필요한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정착지원은 이미 정부에서 제도화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다양한 제도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전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시선이다. 북한이탈주민을 우리 사회에서 차별없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만이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조원장의 첫 인상은 언론을 통해 접한 경직된 모습과는 사뭇달랐다. 온화한 표정에 연신 웃음짓는 모습이 상대를 참 편하게 해줬다.

자리에 앉더니 테이블 위에 놓인 ‘북한 이해’ 책자 두 권을 펼쳐 보인다. 내용을 묻자 “제가 취임 이후 새롭게 발간된 책인데 그 동안 일부 누락된 북한의 도발과 부정부패 실상을 사실 그대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올바르게 인식시켜줘야 한다”며“통일교육원장으로 있는 동안 자유주의 체제 우월성을 전파하는 노력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일부 세력에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통일 교육을 추진하고 다가오는 통일 준비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다양한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시선”이라며“북한이탈주민을 국민으로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만이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궁극적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3대 세습체제와 관련해서는 한층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은 체제로의 세습은 이어지지만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하느냐에 따라 지지와 안정성이 결정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해야하는 데, 개방이라고 해봤자 기껏 중국에 불과하다” 며 “지금 상황으로는 성과를 낼 구조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해서는 더 없이 기뻐했다. 영락없는 한국인임을 느낄 수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광경을 지켜보며 통일 한국에서 통일축제로 경기를 치를 수 있길 간절히 소망했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88서울올림픽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대한민국의 국력이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번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북한 권력층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워낙커 북한체제에 대한 이반으로 까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 2만 3천여명.지금도 한해 3천명이 넘는 북한 이탈주민들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중국 등 제3국에서 남한 입국을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10만명을 넘는다고 하니, 이제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맞을 준비가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8일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장(고위공무원 가급(1급))에 북한 김일성종합대 교수 출신의 조명철(52) 원장이 임명됐다.

국내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고위공무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밋빛 꿈을 안고, 사선을 넘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남한이 다방면으로의 진출이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겼고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 통일교육원장 조명철 원장을 만났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