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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론] 인디는 영원히 배고파야 하는가

 

아이돌 그룹이 지배하는 주류 음악에 대한 대항의 개념으로 ‘인디 음악’이 관심을 모으면서 새삼스레 인디의 정의에 대한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과연 인디란 무엇인가? 주류와 무조건 선을 그어야 인디인지, 무슨 조건을 갖춰야 인디 밴드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고 홍대 신에서 활약하다 유명해진 밴드는 인디가 아닌 것인지도 의문이다.

먼저 인디(indie)라는 말은 ‘독립적’을 뜻하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줄임말이다.

‘독립적’이란 말에서 무엇으로부터 독립인가가 중요한데, 그것은 메이저 상업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시장과 매출을 의식하는 상업 자본에 의해 음악이 좌지우지 되는 것에서 벗어나 음악인이 스스로 ‘자기 음악’을 하는 개념이다.

자본에 의한 주류의 음악은 유행에 민감해 대체로 스타일이 유사한 반면 인디 음악은 뮤지션의 개성과 독자적인 표현이 생명이며 따라서 음악이 다양하다. 주류와 음악이 같다면 그리고 인디 밴드들의 음악이 서로 비슷하다면 인디를 봐야할 이유가 없다.

인디에서는 자체적으로 음원을 만들어내고 유통하는 인디 레코드사, 즉 인디 레이블이 중요하다. 인디 뮤지션이나 밴드가 자신의 음악을 내놓고 수요자들과 교류하는 장(場)이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인디 레이블이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된 때는 펑크 록이 폭발한 1970년대 중후반으로, 만약 그 때 인디 레이블이 없었다면 펑크의 아이콘인 ‘섹스 피스톨스’나 ‘클래시’ 등의 펑크 밴드들은 앨범을 발표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디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개념이 음악가의 ‘태도’다. 펑크에서 나온 신조인 ‘스스로 하라(Do It Yourself)’라는 영어의 앞 자를 딴 DIY 정신이 태도의 핵심을 이룬다.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주류 판의 가수들은 시키는 대로 한다면, 인디 뮤지션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스스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DIY는 다른 말로 자주(自主)가 될 것이다. 주류 출신 가수라도 만약 제작과 매니지먼트의 간섭이나 유통시스템에서 벗어나 스스로 음악을 구상해 만들어 독자적인 방식으로 앨범을 판다면 정신적인 측면, 이를 테면 태도의 면에서는 인디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최근 서구의 경우 홍보와 유통에 있어서 대자본 회사와 연계하는 인디 레이블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자본을 배격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인디가 자본과 손잡는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인디 정신의 훼절이니 배신이니 하는 비판의 칼을 들이대지는 않는다.

뮤지션이 음악을 만들 때 DIY정신을 지킨다면 홍보와 마케팅이 설령 비(非) 인디적이라도 여전히 그 아티스트 음악은 인디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라잉 넛’은 홍대의 라이브클럽 ‘드럭’에서 활동하다가 1999년 ‘말달리자’의 빅히트와 함께 일약 유명 밴드로 도약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이제 더 이상 그들은 인디밴드가 아니며 배부른 주류 밴드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크라잉 넛 멤버들은 이에 대해 “그러면 인디는 영원히 배고파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우리는 변함없는 인디 밴드!”라고 주장한다. 근래 들어선 인디의 개념을 아티스트 정신으로 풀지, 홍보 마케팅 방식이나 주류로의 부상을 문제 삼지 않는다.

어떤 인디 밴드가 유명해졌다고 인디가 아니라고 단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유명해진 인디밴드가 라이브클럽을 외면하고 주류 아티스트의 흉내를 낸다면 그 밴드는 이미 인디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인디 출신이면서 지명도를 얻은 뒤 홍대 라이브클럽에 전혀 출연하지 않는 밴드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DIY정신과 태도지, 방법론과 성공여부는 아닌 것이다. 현재 우리 음악계가 갖춰야 하는 것은 기획에 의해 움직이는 상품 가수가 아니라 독립적 지향과 실험적 태도로 움직이는 자주 아티스트들이다. 그들이 많아야, 그리고 수요자들의 적당한 지지를 얻어야 다양한 음악이 넘실거리게 된다. 바로 이게 인디가 바라는 광경이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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