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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천하장사·최고의 MC… 잠정 은퇴까지

강호동 22년간 행적 되짚어 보자

 

민족 최대 명절을 앞두고 터진 강호동의 전격적인 ‘잠정 은퇴’ 선언은 연휴 내내 화젯거리가 됐다.

명절에 모인 가족·친지들끼리, 또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끼리 강호동의 이야기를 했고 사이버 세상에서는 ‘강호동 닷컴’까지 등장하는 등 그와 관련한 온갖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사람들이 모인 장소면 ‘강호동 이야기’가 으레 거론됐다.

강호동 이야기는 비단 강호동이라는 한 개인의 극적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연예인의 인기부침과 도덕성, 탈세문제, 인터넷 문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등 폭넓은 화제로 파생되며 올 추석 최고의 ‘어젠다’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9년 씨름선수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래 지난 22년간 승승장구하다 ‘탈세’에 발목 잡혀 ‘잠정 은퇴’를 선언한 강호동, 그가 지나온 행적을 짚어봤다.

◇천하장사 5번…. 이만기 “천하장사 시절 강호동이 제일 무서웠다” = 1970년 6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강호동은 마산중·고등학교를 거쳐 용인대 격기지도학과를 중퇴했다.

마산중 2학년때 씨름을 시작한 그는 곧 아마씨름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고교졸업과 동시에 민속씨름 프로무대에 데뷔한다.

조흥금고 씨름단을 잠시 거쳐 1989년 5월 일양약품으로 이적한 그는 1990년 3월 만 19세로 제18회 천하장사씨름대회에서 최연소 천하장사로 등극한다.

당시 182㎝-120㎏이었던 그는 괴력과 승부근성을 함께 갖춘 ‘소년장사’로 평가됐고 이후 훈련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며 막강 씨름꾼으로 거듭난다.

1990년 한해에만 천하장사 3연패에 성공한 강호동은 이후 두 차례 더 천하장사에 오른 뒤 1992년 5월 민속씨름무대에서 전격적으로 은퇴했다. 이만기는 “천하장사 시절 선배들보다는 후배들이 더 무서웠는데 그중에서도 강호동이 제일 무서웠다. 장단점을 전혀 모르는 강호동이 혜성처럼 밀고 들어오니 나도 당황스러웠다. 천하장사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강호동 때문에 많이 흔들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연예대상 5번…. “동물적 감각에 허허실실 속 철저한 준비” = 강호동을 예능계로 이끈 사람은 선배 개그맨 이경규다.

씨름선수 시절부터 유머감각이 남달랐고 코미디에 관심이 많던 강호동을 눈여겨보던 이경규는 강호동에게 연예계 진출을 권유, 결국 그의 추천으로 강호동은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뽑혀 연예계에 데뷔한다.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강호동은 순발력과 애교를 녹인 개그를 통해 1994년 MBC방송대상 코미디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나갔다.‘테마극장’ ‘일요일 일요일 밤에’ ‘오늘은 좋은날’ ‘폭소하이스쿨’ ‘아이 러브 코미디’ ‘토요일 전원출발’ 등에서 개그맨으로서의 끼와 연기력을 다져온 그는 2000년대 들어 MC 대열에 가세한다.

어느새 ‘지존’인 유재석을 위협하기 시작한 그는 2007년 SBS연예대상의 첫번째 수상자가 되면서 방송사 연예대상을 처음으로 거머쥔다. 이때 이미 SBS에서 ‘스타킹’을, MBC에서 ‘황금어장’을, KBS에서는 ‘해피선데이-1박2일’을 진행하고 있던 그는 이듬해인 2008년에는 한 걸음 더 나가 KBS와 MBC의 연예대상을 양손에 쥐었다.이어 2009년에는 KBS 연예대상, 2010년에는 SBS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지금까지 5번의 연예대상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MC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한국갤럽이 매년 연말 조사해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개그맨’에서 유재석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MBC에서 강호동의 전성시대를 열어준 여운혁 전 MBC PD(현 JTBC PD)는 과거 인터뷰에서 “강호동은 무엇이든 한번 가르쳐주면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 머리가 굉장히 좋은 친구”라고 평했고, 현재 강호동이 MC를 맡고 있는 SBS ‘강심장’의 박상혁 PD는 “강호동 씨는 늘 허허실실하는 것 같지만 녹화 때 보면 철저하게 준비를 해온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규는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친구”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호동은 지난해 ‘1박2일’ 촬영현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고가 된 비결’을 묻자 “씨름은 체력과 능력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예능에서는 체력·능력은 물론이고 심력(心力)도 필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부단한 노력과 철저한 자기관리…. ‘탈세’로 무너져 = 많은 이들이 강호동과 유재석의 장수비결로 ‘철저한 자기관리’를 꼽는다. 연예계 생활을 하다보면 으레 한 번씩 음주사고, 폭행사고, 금전사고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기 마련인데 이 두 사람은 지금껏 그럴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고 항상 이미지 관리에 세심하게 신경썼으며, 제작진보다 더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다는 점이 늘 강호동, 유재석의 공통점으로 꼽혀왔다.

그는 ‘1박2일’에서 수시로 ‘버라이어티 정신’을 강조하며 동료 연예인들이 시청자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역설했고 몸소 솔선수범했다.지난 9일 ‘잠정 은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연예인으로서 TV를 통해 시청자께 웃음과 행복을 드려야 하는 게 저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역할”이라고 한 말은 그의 가감 없는 진심으로 받아들여졌다.

바로 그렇기에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강호동이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1박2일 강호동 하차 반대 십만 명 서명운동’이 벌어져 순식간에 1만 명이 모여들기도 했다.

또 그의 하차가 종편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방송계 대지각변동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철옹성 같았던 강호동도 ‘탈세’ 앞에서 순식간에 무너졌다.‘1박2일’ 하차 반대 서명운동은 금세 ‘강호동 퇴출 서명운동’에 덮어씌워졌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라는 지적과 함께 동정론도 일었지만 대세는 그에 대한 배신감과 비난이었다. 결국 강호동은 탈세 파문이 인 지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천하장사’에 이어 ‘슈퍼스타’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저는 씨름밖에, 방송밖에 모른 채 여기까지 달려왔다”면서 “자숙의 시간 동안 세금 문제뿐 아니라 정신없다는 핑계,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놓친 건 없는지, 인기에 취해 오만해진 건 아닌지 찬찬히 저 자신을 돌아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년간 쉼없이 달려온 강호동 호가 급정거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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