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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단상] 용기있는 행동

 

유명 MC인 강호동씨가 탈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잠정은퇴를 선언했다. 엄청난 수입으로 인해 움직이는 중소기업이라는 말을 듣던 사람이 탈세를 했으니 이에 대한 파장과 분노가 결코 작을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강호동씨 자신은 세무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탈세라기보다는 세금관리를 해주는 세무사와 국세청간의 의견차이가 세금을 추징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하니 본인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했으나 여론이 악화되자, 더 이상 어떠한 핑계나 변명도 하지 않고, 자신의 불찰이고 잘못으로 받아들이면서 비록 잠정이라는 단서는 달았지만 은퇴를 선언했다.

최근에도 많은 불미스런 사건들이 터져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지만 당사자들은 억울하다 또는 승복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을 지켜보았던 터라 더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혹자에 따라서는 이미 충분한 재산이 있는데 뭐가 아쉬울 것이 있는가 또는 일종의 쇼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사람의 욕심은 많은 것을 가질수록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하게 되기 때문에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문제는 온전히 우리들의 몫이 됐다.

미국 켄터키주의 렉싱턴이라는 도시에 있는 재향군인병원에서 2001년부터 ‘먼저 사과하기 운동(Sorry works movement)’을 펼쳐 의료과실이 생겼을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알기 전에 먼저 병원 측에서 이를 공개하고 사과하는 캠페인을 벌인 결과 환자의 만족도가 크게 증가했음은 물론 의료사고 건당 배상액도 6분의 1로 줄어들었다.

병원 측이 먼저 사과를 할 경우 환자 측에서도 이를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모두가 승자가 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사람인 이상 누구라도 잘못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를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면 나중에 흐지부지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대체로 남의 잘못을 쉽게 용서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은 실수와 잘못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성숙하게 된다. 심지어 베드로 역시 새벽닭이 울기 전에 3번 예수를 부인했음에도 가장 훌륭한 성인으로 추앙받는 것은 이러한 사건을 통해 더 성숙되고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도 용기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사람을 감싸고 보듬는 행동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만일 잘못을 인정한 사람이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 사회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잘못을 부인하고 감추게 될 것이다. 모택동이 벌인 문화혁명으로 실각해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자신의 아들도 홍위병을 피하다가 척추마비가 됐던 등소평이 모택동이 사망하고 집권하자 ‘모택동의 공은 90이요, 과는 10’이라는 유명한 말로 더 이상의 논쟁을 피하고 지금까지도 천안문 광장에 모택동의 초상화를 걸어 놓게 한 것도 포용력의 좋은 예일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이를 인정하고 사죄를 했을 때 이를 이해하고 흔쾌히 받아들여서 포용하고 감싸는 보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현석 객원논설위원 현대중앙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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