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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가당찮은 비교

 

하도 자주 바뀌는 일본국 수상인지라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란 사람은 기억이 또렷하다.

최종학력이 중학교 중태, 불우한 환경을 딛고 수상(首相)이란 벼슬을 거머쥔 입지적 인물이다. 그러나 ‘록히드’란 무기회사로부터 검은 돈을 받아서 현직총리이면서, 검찰청을 드나들다 끝내는 낙마하는 불운의 정치인(?)이다.

그러나 능력은 탁월해 재직 시, 중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시켰으며 경제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아직도 일본 국민들은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약간 빗나가고 싶다. 도요도미 히데요시가 천하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오래 계속되자 남자들 씨가 마르게 됐다. 산아육성을 위해 여성들은 외출할 때 등에 방석을 항상 메고 때와 시간을 가리지 말고 생산에 열중하라고 했다.

그러나 아비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장소는 기억하는지라 소나무 밑에서 작업을 했으면 송하(松下)라는 성을 만들고 산속에서는 산본(山本), 대나무밭에서는 죽전(竹田), 다나카는 전중(田中)이고 보니, 안태(安胎) 고향은 시골 어느 외딴 논인 모양이다.

다나카의 유일한 혈점인 마키코가 국회 외무위원장으로 뽑혔다는 보도를 보았다. 외무상 시절, “일본 외교관은 국내에서는 출세 경쟁으로 샐러리맨과 다를 것 없고, 외국에 나가면 특권행사를 하는 단세포, 아메바와 같은 종류”라고 혹평했다.

관료주의에 싫증을 내던 사람은 다나카 외상의 강단(剛斷)에 열광했으나 불미스러운 스캔들로 자리를 물러나는데, 위기에 몰린 외무성 직원들의 작업이란 소문도 있었다. 다나카 여사가 일본 국회 외무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은 관심도 없지만 측천무후(則天武后)의 롤백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고 약간 심사가 뒤틀렸다.

측천무후라! 제왕학의 주인공 당태종이 사냥하듯 많이 쏘아 날린 여색의 화살에 걸려 14세의 어린나이에 천자의 후궁으로 입궐한 후 신하들이 벌이는 음모술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여우같은 처세술로 마침내 5천년 역사에 획기적인 여황제로 등극하는 권모술수의 대가!

이처럼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당치도 않는 소리! “측천무후의 치세는 역대 어느 황제 시절보다 드물게 안정적이었으며, 관료들의 청렴성과 도덕성은 뛰어났다. 높은 사람들(권력층)끼리 지지고 볶던 간에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누렸는데” 이처럼 거품을 물고 변명하는 사람도 많다.

당시 저자거리의 유행하던 노래를 근거로 내세운다. “황제가 이씨이던 무씨이던 우리에게 무슨 상관인가? 지금이 낙원!”

유럽 잘사는 나라에서는 자기 나라 대통령 이름 알고 있는 사람이 몇 안 된다고 하지……. 결국 인간의 됨됨이는 빵점 이하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어느 정도 합격점인 셈인데, 큰 줄기로는 아버지 다나카수상과 비슷한 부분이 겹친다.

측천무후는 좋은 말씀 많이 남긴 한비자(韓非子)의 말을 평생 머리에 이고 살았다.

어느 나라 영공이 미소년을 몹시 사랑했는데, 어느 날 이 친구 먹다만 복숭아를 영공(領公)에게 권했다. 이것은 중죄인데, 사랑에 눈 먼 영공은 이 맛있는 복숭아를 혼자 다 먹지 않고 바치다니 ‘정말 괜찮은 놈이다’라고 했고, 언젠가는 미소년의 어머니가(이럴 땐 장모라고 불러야 하나?) 병이 났다고 허락도 받지 않고 영공의 마차를 타고 나가도 ‘효성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미모가 쇠퇴하자 먹던 복숭아를 건방지게 내게 권하다니! 허락도 없이 제 멋대로 나의 마차를……. 불같이 화를 내곤 죽여 버렸다.

사랑도, 민심도 충성심도 영원한 것이 아니란 걸 평생을 곱씹었다.

다나카는 이처럼 엄청난 교훈을 알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비교 당하는 측천무후가 씩 웃을 것이다. 무늬가 비슷하다고 5천원권을 5만원권이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김기한 객원논설위원·前 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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