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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브라운아이드걸스 4집통해 아이돌 이미지 종지부

브라운아이드걸스(제아, 나르샤, 미료, 가인)의 4집 ‘식스 센스(Sixth Sense)’는 여느 걸그룹과도 차별화된 노선을 걷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음반 재킷에는 걸그룹 특유의 ‘샤방샤방한’ 기운 대신 음산하고 그로테스크(Grotesque)한 이미지를 담았고, 음악 또한 ‘낯익은’ 멜로디를 버리고 드라마틱한 구성과 실험적인 소리들로 채웠다.

최근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한 멤버들은 “사실 멤버들이 아이돌 가수의 나이가 아님에도 아이돌 걸그룹이란 이미지가 강했다”며 “하지만 4집을 통해 그 이미지에 종지부를 찍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사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차별화 전략은 2009년 발표해 크게 히트한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 때부터 예고됐다.

이 곡은 당시 기존 걸그룹들의 일렉트로닉 댄스곡의 틀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그로 인해 멤버들은 4집에서 이 곡을 뛰어넘을 노래를 찾는데 고심했다. 2006년 데뷔 당시 가창력을 내세운 ‘얼굴없는 그룹’이었던 만큼 보컬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도 차별화의 한 부분이었다.

제아는 “전작이 훌륭해 대중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며 “준비하는 과정에서 녹음을 하고도 만족하지 못해 몇번이나 작업을 엎어 2년여 걸렸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식스 센스’는 이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킨 곡이었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에서 모티브를 얻은 강렬한 첼로 연주로 시작돼 브라스 사운드와 솔 풀한 보컬, 강한 랩이 어우러졌다. 음원 공개 직후 이 곡은 음악차트 1위를 석권했다.

나르샤는 “어머니가 처음 이 곡을 듣고 ‘여느 걸그룹들이 쉽게 부르지 못할 곡 같다’고 하시더라”며 “처음 듣고 다소 어렵게 느껴졌지만 멤버들의 음악적인 장점을 부각시킬 곡이었다. 노래 자체에 무대를 제압할 카리스마가 있다”고 소개했다.

미료도 “다소 뮤지컬스러운 웅장한 스케일의 곡인데, BPM(1분당 박자수)이 190이나 돼 행진하는 듯 경쾌한 느낌이 강하다. ‘아브라카다브라’ 때는 춤을 기억했지만 이번에는 음악이 더 각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트랙들도 버라이어티한 쇼처럼 구성된 곡들이 다수다. 4집은 한 마디로 단정지을 형용사를 붙이기 어렵다는 게 멤버들의 설명이다. 인트로 곡인 ‘스윙 잇 쇼티(Swing It Shorty)’와 인터루드 곡인 ‘카운트다운(Countdown)’은 마치 한편의 ‘쇼’처럼 음반의 색깔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에서 영감을 얻은 펑키한 곡 ‘벤데타(Vendetta)’와 힙합을 베이스로 한 팝인 윤일상의 곡 ‘라 보엠(La Boheme)’도 드라마틱하다.

제아의 자작곡으로 빈티지 사운드의 발라드인 ‘불편한 진실’만이 박주원의 기타와 고상지의 반도네온 연주가 어우러져 귀를 휴식시킨다.

가인은 “‘아브라카다브라’도 처음에는 어렵다고 느꼈지만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우리는 여느 가수들이 하지 않는 다소 낯선 시도들을 귀에 익게 만드는 소화력이 강점이다”며 웃었다.멤버들은 자신들이 외모로는 내세울 것 없는 팀이지만 음악에 대한 꾸준한 도전이 지금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색깔을 만든 것 같다고 해석했다.

미료는 “이제 우린 5년차 그룹의 징크스를 극복하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센 음악을 찾으려고 발악하는 게 아니라 네명의 팀워크가 단단해진 만큼 자신감을 기반으로 한 도전으로 받아들여달라. 우린 ‘호불호’가 갈릴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르샤는 “낯익은 멜로디의 안전한 음악을 탈피하는, 새로운 길을 터주는 그룹이 되고 싶다”며 “우리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걸그룹으로는 드물게 10년 장수 그룹의 기록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멤버들은 팀이 장수하려면 각자의 가치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브라운아이드걸스 공백기 동안 나르샤는 솔로 음반을 선보였고 라디오 DJ와 케이블채널 패션 프로그램 MC를 맡는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활동했다. 가인도 솔로 음반을 내고 MBC TV ‘우리 결혼했어요’와 시트콤 ‘몽땅 내사랑’ 등에서 ‘끼’를 검증받았다.평소 작곡 실력을 발휘한 제아는 “요즘은 뮤지컬 음악에 관심이 많다”고, 미료는 “랩이 노래 전체를 이끌어가는 솔로 음반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에도 진출한 멤버들은 “스케줄 때문에 제대로 프로모션을 할 수 없었다”며 “단발성 행사로 아시아권에 갈 때마다 팬들에게 감동받는다. 이번 음반에 전념한 후 해외 활동도 꼼꼼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영국 런던 ‘템스 페스티벌’의 ‘K팝 나이트’에서도 ‘아브라카다브라’ 춤을 추는 팬들이 많았다며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자 모두들 박수를 쳤다.그러면서 멤버들은 이렇게 말했다.“우리 음악이 해외로 퍼져나가는 게 정말 신기해요. 저희, 다음 음악은 어떻게 할까요? 벌써부터 고민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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