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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평화인권교육센터를 만들자

 

학생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 인권전문가 등이 고루 참여하는 평화인권교육센터 설립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인권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10월 5일은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지 첫돌이 되는 날이다. 조례 제정 과정에서부터 시행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논란이 있었다. 이념적 공세는 인권의 본질을 벗어나 합리적 토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학교 현장에 논란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인권조례를 조기에 정착시키려는 교사들의 연구와 실천노력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제 시행 1년의 성과와 한계를 냉철하게 돌아볼 때이다.

일부 학교에서 혼란스러움이 나타난 것은 인권조례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이는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척점에서 바라본 탓이다. 학생인권의 신장이 교권의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성급한 예견이 그것이다. 또한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 학생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에도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오해함으로써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학생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학생의 인권이 향상되면 교권도 함께 향상되는 것임을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궁극적인 목적은 평화로운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평화로운 학교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가능한 것이다. 학교폭력은 물리적 폭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 학생들의 지속적인 무관심, 따돌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 등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것이기에 학교폭력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에서 구성원간의 신뢰가 중요한데, 학교 폭력은 신뢰를 파괴한다. 학교 폭력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학생들의 인정 욕구가 그릇된 행동양식으로 나타나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권조례가 정착하면 자존감이 형성되고 인정욕구가 자연스럽게 충족되기 때문에 폭력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인권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인권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 원인은 첫째 인권교육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사 인력풀의 부족, 학교 예산의 부족, 교과시간이나 창체 시간을 활용한 연계 교육 자료의 부족 등 인권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과제로 남아 있다. 필자가 속한 인권교육연구회가 인권교육강사를 양성하고 학교의 인권교육을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전문강사로는 제대로 된 인권교육을 하기 어렵다. 모든 교사의 인권감수성이 향상돼야 생활 속의 인권교육이 가능하다. 학생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인권교육이 이루어질 때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가 빠르게 정착될 수 있다.

둘째,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인권정책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망의 부재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작용한다. 일관성 있는 인권정책의 추진으로 학교가, 교사가, 학생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노력의 결과가 어떤 효과로 이어질 것인지 기대감을 갖게 해야 한다. 정책의 수립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간의 치열한 논쟁은 모두의 인권감수성을 향상시키는 좋은 학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청이 추진하는 인권정책이 인권조례의 가치와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때론 학교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때론 인권친화적이지 못한 정책이 교사와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권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권이 실현될 수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인권교육의 활성화와 중장기적인 인권정책의 추진 등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일관성과 추진력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들 전문가들로 ‘평화인권교육센터’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이 조직은 교육계만 참여하는 폐쇄적인 것이 아니어야 한다.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 인권전문가 등이 고루 참여하는 평화인권교육센터가 바람직하다. 구성원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평화로운 학교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길에 평화인권교육센터가 든든한 길잡이가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조성범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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