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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개천의 하늘 열림과 이땅의 새판짜기

 

지난 3일 부여에서 있었던 개천제 행사에 다녀왔다. 지난해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함께 공부하는 단체인 홍역학회 회원들과 참석했다.

부여로 향하는 버스에서 개천제에 참여하는 각자의 생각과 의미를 인사와 더불어 나눴다. 많은 분들이 제도화된 개천제 행사는 언론을 통해 보았지만 직접적인 참여는 처음이라는 말과 궁금함과 아울러 비장함이 있다는 말로 대략 마무리됐다.

개인적인 참여 동기와 내용들 중 의미있게 다가왔던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대략 서너 가지로 구분이 된다. 우선 우리의 상고사를 연구하는, 혹은 관심 많은 분들의 개천과 관련된 고대사 이야기로 고조선 건국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이와 관련해 중국의 동북공정을 우려하며 이를 대처하기 위한 역사학계와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요지였다.

또 하나는 얼마 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희생자 배상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판결에서 몇 년을 끌어 오던 재판과정이 끝나 정부가 배상과 명예회복을 하게 됐다는 것으로, “그동안 원한과 슬픔을 가슴깊이 간직한 채 살아온 우리 유족들은 올바른 과거청산과 국가의 철저한 진실규명 그리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은 물론 다시는 이 땅에 반인륜적인 국가범죄행위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말씀과 아울러 늦게나마 법원의 판결이 제대로 된 것에 대해 길게 설명하며, 개천절을 맞아 역사에서 일그러지고 망가져 버린 것들을 하나하나 복원되거나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선생님이 살아온 한 많은 날들을 개천제 행사에 빌어 희망한다.

젊은이들 축에 속했던 이들은 최근의 우리 사는 모습을 이야기 했다. 개인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고 있지만 점점 어려워지고, 팍팍한 현실이 개인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 있고, 이러한 느낌을 혼자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공감하고 있으며, 뭔가 변화된 새로운 것이 이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한 생각의 복판에는 현재의 힘겨움을 바꾸고자 하는 개인적인 노력과 변화할 의지가 있으며, 이는 개인을 떠나 사회적, 국가적으로도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개천절의 의미를 ‘하늘이 열린 날’을 기념하는 일반적인 해석을 넘어 ‘하늘 열림이 소박하게는 현재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전 세대의 여러 가지 불합리함을 바꿔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내용으로 바꾸는 것이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재해석으로 귀결됐다.

역사적으로 기념하는 날을 놓고 이리 저리 해석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본질을 흐리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각자의 염원들이 개천제 행사를 통해 새롭게 승화되기를 기원하는 마음 있음을 알게 됐다. 본래 학회에서는 음력 10월 3일에 개천 행사를 치르던 것을 작년부터 편의상 양력으로 바꾸어 지낸다고 한다. 전통을 지키지 못한 죄송함은 있으나 좀 더 많은 이들이 개천행사에 참여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바꿨다고 했다. 의미도 중요하나 시대의 조류도 중요하다고 본 모양이다.

부여 금성산정에 있는 봉화대에서 백제문화의 새로운 부활을 꿈꾸는 부여군민들과 서울과 대전, 대구등 전국의 홍역학인들이 모여 소박하지만 단아한 개천제를 올렸다. 제단이 마련된 중심에는 ‘단황척강지위(檀皇陟降之位)’라 새긴 위패를 모시고, 하늘의 별을 따다 옮겼다는 28수의 깃발을 둘러쳐 마치 그 옛날 신성한 ‘소도’를 꿈꾸며, 새로운 세상을 건국하고자 했던 옛 조상들의 마음을 느껴 보았다.

제가 마무리 되고 봉수대는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몇몇의 학인들은 홀로 남아 그간 ‘자신의 개천’을 위해 열심이던 태극권을 소리 없이 몸으로 그리고, 그 몸의 소리를 들으려 몇몇은 눈을 빛내며, 귀를 세운다. 몸을 통한 소리는 관음이 돼 허공에, 태극으로 태극으로 퍼져 나간다.새 하늘 새 땅을 위해.

/김미경 갈등조정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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