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세상만사] “완전 범죄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글도 일부러 외워두려면 곧잘 잊기가 쉽지만 가슴에 와 닿으면 오래가는 법이다.

제목은 [이해와 용서], 십년도 넘었지 싶다. 글쓴이는 남편 되는 이, 살림은 빠듯하지만 금슬이 좋은 부부라고 자처했다.

눈먼 돈이 생겨 속옷 선물을 하겠노라 했더니 빙충맞다고 단번에 거절하더란다. 고민하다, 현금이 제일 낫겠다는 생각에서 새 지갑을 사서, 새 돈을 넣어 전했단다. 주는 이도 받는 이도 한껏 마음이 흡족했다.

그런데 귀가 후 갑자기 “내 지갑!”하면서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니만…지나온 곳을 모두 순례했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문제는 그 이튿날부터 시름시름 앓더라나……. 안타까워 궁리를 한 끝에 묘책을 세웠다

똑같은 지갑을 구하고 지난번과 같은 액수의 현금을 넣어서 파출소에 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우리 집으로 분실물을 찾았다고 연락해 주십시오.” 이렇게 한 후 부인의 병이 씻은 듯 나았다고 한다.

[이해]는 남편 마음이고 [용서]는 아내를 속인 것에 대한 감상인가? 참으로 따스했다.

며칠 전 아내가 친구들과 모아둔 돈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잘 갔다 오라고 뚱하게 답변을 했지만 막상 출발 아침이 되자 짜증이 밀려왔다. 심사가 뒤틀렸지만 표정관리를 잘못했을 때 두고두고 돌아올 후환이 두려웠다.

오히려 이럴 때 확실한 남편의 도량을 보여 아내의 감격을 얻자! 봉투 속에 아껴 두었던 비상금을 꺼내 봉투에 담았다.(이런 사람 흔하지 않다!)

“친구들에게 저녁 한 끼는 당신이 부담하도록, 밥값, 교통비 합해서 나누기 몇 하는 나이는 지났지 않는가”하면서 목소리도 한껏 부드럽게 교양을 갖추었다. 생큐!에서 시작해서, 아리가도 고자이마쓰! 쉐쉐!까지 하여간 기뻐하는 모습이라니! 그런데 여행을 돌아와서 경과보고도 하지 않고 도착하자마자 부엌이며 거실이며 온통 다 뒤지는 것이다. 초조함, 불안함이 여실했다. 도대체 뭘 찾느냐고 물었더니 떠날 때 내가 준 봉투를 찾는다고 했다.

공항으로 가는 중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는데 정작 도착해서 저녁 값을 치르려고 백을 열어봤더니 봉투가 행방불명인지라 그 난장판을 친 것이었다.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아껴서 만든 돈인데(과장이 심했나?) 짜증이 났다.

소리 한 번 지르려고 하는데, 십 년 전의 [이해와 용서]란 글이 번뜩 떠올라서 간신히 참았다.

그 이튿날부터 분실물 찾기에 혈안이 됐다. 심지어 서재 책갈피까지 흔들어서 확인하고 세탁기에 넣어둔 옷마저 확인을 하고... 장장 삼일 째 되풀이했다. 보다 못한 끝에 꾀를 내어 같은 봉투에 같은 금액의 돈을 넣어 식탁 밑에 던져 놓았는데 전혀 그 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결국은 “이것 봐라 여기 두고서는...” 좋아서 펄쩍 뛰는 것이 아닌가! 봉투를 건널 때와는 비교가 안 되었다.

결혼 전의 입맞춤과 결혼 후의 입맞춤은 원래가 다른 법이다. 쑥스러웠다. 민망해서 산책을 한다고 집을 나와서 동리를 한 바퀴 돌고 들어갔더니 웬걸... 새치름한 표정으로 “당신이 꾸민 거지?!” 전혀 모르는 표정을 지었지만 “처음 받을 땐 천원 권이었는데 이건 오만 원짜리”라며 어떻게 된 거냐고...

아뿔싸!!!! 이해와 용서의 주인공과 차이나는 것이 있다. 이런 사건일수록 완전 범죄를 꾸며야 칭찬 받을 수 있다.

“잊어버리려고 하는데 새삼!” 이런 원망만 직싸게 돌아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이것은 더욱 과장이 심했나?)

금슬이란 거문고 금(琴) 혹은 비파 슬(瑟), 악기 이름이다. 어울려야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 이해심이 가정평화를 지키는 데 큰 보탬이 된다는 사실 각자 명심해야 한다!!! 결국 손발이 맞아야 한다.

/김기한 객원 논설위원·前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회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