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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더 이상 죄 짓지 말자

 

“뇌의 체액이 모두 이마 끝으로 몰리는 느낌이예요.”

늦은 밤에 귀가한 아들 녀석은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그런 녀석을 앞에 두고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날짜만 세고 있을까.

이맘때쯤 고3 학부모나 교사들은 비슷한 심정이다. 수능시험일이 20여 일 남았다. 그날 경기도에서도 꽃다운 10대들 17만5천여 명이 시험을 치른다.

고3 교실은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하다. 1단계 합격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지만 아직도 애타는 아이들이 있고, 최종합격자도 있다. 수능 마무리도 해야 한다. 이러니 교실에 빈자리가 늘어도 속수무책이다. 교사들만 부아가 끓을 뿐이다. 수능 이후는 어찌될까. 정상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은 언감생심, 졸업에 필요한 출석일수를 다 채운 아이들에게는 대학별고사가 더 중요하다.

씁쓸한 초겨울 풍경이다. 그래도 대학별고사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괜찮다. 졸업 날짜만 기다리는 아이들은 을씨년스런 교실 한 구석에 끼리끼리 모여 수다를 떨거나 하루 종일 자다가 집에 간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 하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자퇴를 했다. 작년 고려대생 김예슬씨가 대학 교육을 거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쓰고 자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서울대생이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반대하며 자퇴 선언을 했다.

시험성적으로 학생을 보는 현실, 사람을 문제풀이 점수로 ‘평가’하는 시스템에 대해 절대로 공정하지도 인간적일 수도 없다는 말은 단단한 관념의 틀에 곧장 비수를 꽂았다. 아찔하다.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창의성 교육’이다.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여유, 인내심, 그리고 영감을 자극하는 영성이 있어야 한다.

먼저 꽉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대로 해볼 수 있어야 한다. 틀을 벗어난다면 잠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수 있다. 이때 어른들은 한마디씩 한다. ‘가만히 있지 말고 무언가를 하렴.’ 지금까지 시키는 것만 하던 아이가 갑자기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믿는가. 아이는 더 큰 불안에 싸인다. 금단 증세다. 이 기간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이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하게 된다. 작은 성취감이 계속 쌓여 마침내 아이들은 주체적으로 위대한 걸음마를 시작한다.

다음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물이 끓기 위해서는 임계점에 도달해야 한다. 임계점이란 끓어 넘치는 한계점을 말한다.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아무리 물 온도가 99도까지 올라가더라도 기화되는 것은 아니다. 1도 차이는 미세하지만 임계점에서는 매우 크다. 아이들 성장임계점 역시 마찬가지이다. 임계점에 도달하기까지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순간 많은 이들은 참지 못하고 억지로 바꾸려 한다. 스스로 변화를 이루도록 우리는 지켜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존재 즉, 영성이다. 깨달음 또는 감동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아이들을 근본적으로 성장하게 도와준다.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자연과의 교감에서도 문득 다가온다. 사람을 크게 변화하게 하는 요소이다. 창의성은 이 영성이 필수이다.

‘창의성’이란 단답형 문제의 답을 쓰는 일이 아니다. 공급된 만큼 결과가 나오지도 않는다. 일생에 단 한번 발현되더라도 세상이 달라진다.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대입에 종속된 교육을 해방시켜야 한다. 학교는 저마다 인재상을 꿈꾸고 미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교육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교육과정을 새롭게 엮어야 한다. 지금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더 이상 죄를 짓지 않을 기회이다.

우리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김덕년 안산 선부고 교사 경기도 진학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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