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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향] 명함 한 통과 전통시장 활성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이하 ‘문전성시’)이 추진된 지 벌써 4년째가 돼가고 있다. 사업추진 초기에는 부서 특성상 공공미술, 공공디자인, 문화기획 등이 대두됐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소위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진화’란 공공미술이나 문화기획 등이 가지고 있던 한계에서 벗어나 구도심활성화나 도시재생 분야로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이라면서 무슨 구도심활성화, 도심재생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해 없이 구도심활성하나 도심재생이 추진될 경우에는 역시 기존 재개발사업이나 재건축사업으로 그치기 쉽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도시재생’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쓰여지기 시작한 것은 필자의 기억으로 2005년 쯤이다. 2002년 가까운 일본에서 ‘도시재생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을 전후로 일본에서는 도시재생에 관한 연구가 붐을 이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도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균형적인 지역발전을 위해 제정됐고, 같은 시기에 지방분권특별법이 제정됐다. 2006년에는 국토해양부에 도시재생사업단이 설립됐고 2008년에는 도시재생에 관한 법률 제정 논의가 시작됐으며, 가장 최근인 2011년 3월에는 ‘도심재생사업지원법안’이 일부 국회의원들에 의해 발의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문화나 예술을 가지고 지역을 활성화하거나 도시를 재생하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옛 도심(현재의 구도심)에 존재하며, 도심 내외의 물류의 전달은 물론 정보의 교류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도시(都市)는 사람이 자리를 정해 살며, 물자와 사람이 다양한 수단을 통해 드나드는 곳이며, 많은 정보와 문화와 재화가 오고가는 곳이므로 그 지역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중심지인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해당 도시는 공간상에 일정한 영역이 설정되는데, 옛날에는 그 영역을 둘러싸는 울타리에 해당하는 성벽 등이 있었고 그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머물러 살며 서로 오가면서 물자와 정보를 주고받는 곳이어서 주변 지역의 중심이 된다. 전통시장은 이러한 도시의 중심지에 존재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도심활성화나 도시재생은 역사나 문화 등과 밀접하게 관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가 컨설팅을 하는 전통시장 중의 하나인 전남 순천시 구도심에 있는 웃장은 1928년에 형성돼 오늘에 이르는 오래된 시장이다. 10원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웃장에서 ‘문전성시’를 주관하는 단체는 어떻게 문화적 활성화는 물론 경제적 활성화까지 이끌어냈을까.

그 방법은 시장의 주체인 상인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명함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명함을 만드는 데에는 업체에 맡겨 반나절이면 명함을 손에 쥐게 되지만 웃장에서는 명함 디자인 구상이나 글씨체 등을 각 점포 상인들에게 맡겼던 것이다. 근 3개월에 걸쳐 수십 차례 상인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디자인을 수정한 결과 점포별로 서로 다른 디자인이 나왔다. 이러한 명함디자인도 의미가 있지만 명함을 만들기까지의 수십 차례 만나는 과정에서 얻어진 친밀함과 상호신뢰가 실제로 문전성시 추진을 위한 토대가 됐다는 것이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구도심활성화나 도시재생이 성공하기 어려운 것은 자칫 시설사업으로 치우치기 쉬워서 해당 지역 주민들간의 위화감 조성이나 양극화를 초래하기 쉽고 더욱이 기존에 형성돼 있던 커뮤니티(공동체)가 와해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시설에 관한 재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관계나 유대감 등을 재생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구도심활성화나 도시재생의 관건이 된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눈여겨 두길 바랄 뿐이다.

명함 하나로 시작된 웃장 활성화가 이제는 순천 구도심의 활성화에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른 지금. 순천은 또 다른 구상을 하고 있다. 순천 구도심 내 10개의 전통시장을 아우르는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일개 장르별 ‘문화와 예술’이 아니라 분야별 건축, 도시, 조경 등 그 무슨 수단을 가지고 행하던 간에 그 것이, 그 과정이, 그 결과가 ‘문화적’이고 ‘지역적’이어야 한다. ‘문화적’, ‘지역적’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명함 한 통’을 만드는 과정이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오민근 문화체육관광부 시장과 문화 컨설팅단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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