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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조기영어교육 보다 신중한 접근 필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의미로,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일컫는 말이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현대판 맹모들은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즘에는 맹모에서 한 단계 나아가 영어맘이 뜨고 있다. 영어맘은 아이들과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영어로 대화하는 부모를 일컫는 말이다. 영어맘에는 생활영어가 자연스럽게 가능한 부모부터 인터넷 카페나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영어공부를 하면서 자녀와 영어로 대화하는 부모들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영어노출 기회를 확대하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으리라는 강한 믿음이 깔려있다.

그만큼 조기영어교육에 대한 부모의 열의는 대단하다.

육아정책포럼 최근호에 실린 ‘유아기 영어교육 실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유아들이 영어교육을 처음 접한 나이는 평균 3.7살로 집계됐고, 취학 전까지 영어교육을 받지 않은 유아는 7.3%에 불과했다.

영어교육을 시키는 이유로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에 관심을 갖고 친숙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영어맘 등장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영유아 영어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은 듯하다.

조기영어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부모의 뜨거운 교육열로 인해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은 그야말로 전성기다.

영어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고가의 영어학원도 마다하지 않으며, 고가 영어학원에 등록시키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하며, 유명 프로그램을 내세우는 고가 영어학원은 매년 부모의 인기가 힘입어 대형화하는 추세이다.

최근 통계자료에 의하면 영유아 영어학원(이른바 영어유치원)은 전국에 202개, 이용아동은 1만1천76명으로 집계됐으며 대부분 영유아 인구가 많은 서울 및 경기지역에 밀집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유치원의 월 평균 교육비는 59만1천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일반 유치원 교육비의 3배가 달하는 금액이다. 경기도의 경우, 53개 영어유치원의 월평균 교육비는 전국 평균보다 9만2천801원 더 높은 68만3천801원으로 조사됐으며, 교육비가 가장 비싼 지역인 안양 및 과천 영어유치원 교육비는 119만6천원으로 분석됐다. 가히 영어학원에 돈을 쏟아 붓고 있는 형국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영어교육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말 어린시기부터 영어교육을 하는 것이 영어교육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까? 많은 부모들이 기대하듯이 조금 더 일찍 영어를 접한 아이가 영어를 더 능숙하게 구사하게 될까? 조기영어교육이 향후 초등 이후 영어학습에 도움이 되는 걸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마다 조금씩 이견을 보인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섣부른 조기영어교육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뇌 발달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은 만 6세 이후부터 집중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이 시기부터 한글이나 영어교육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만 2∼5세는 언어기능보다는 고도의 사고기능과 인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 때문에 오감활동 및 신체활동, 예절 및 도덕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종합해보면 영유아기는 영어몰입교육 및 학습보다는 신체 및 인지, 사회성 및 정서 발달이 균형 있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영어교육은 아이가 영어를 습득할 준비가 돼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자녀의 흥미나 발달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시키는 것은 아닌지, 영어교육의 득(得)을 위해 창의성 및 인성발달의 적기를 실(實)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영어교육이 자녀에게 미치는 득과 실을 꼼꼼히 되짚어보고 영어교육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때다.

/송정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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