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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이제 학교혁신의 새 국면을 만들자

 

경기도 교육지원청의 학교혁신 정책은 공교육의 불신이 커지고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때에 많은 호응을 받았고, 다른 시도교육청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면서 한국 교육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학교혁신 여기서 주춤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정신은 성공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좋은 것을 빨리 옛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습성도 있다. 학교혁신도 그럴까봐 걱정이다. 처음에 좋은 기운이 제대로 뜻도 못 펴고 스러질까 걱정이다. 2009년부터 시작한 학교혁신, 이제 3년째이다. 학교 혁신 3년이면 기반을 만들고 새로운 국면을 만들 때다.

학교혁신은 시스템이 아니다. 십여 년 전에 ‘열린교육’이란 이름의 교육 시스템을 우리는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학교혁신도 시스템으로 인식하면 열린교육의 전철을 되밟을 수 있다. 몇 몇 혁신학교에서 아이들 책상 배열을 ㄷ 자로 하고 일제수업을 해서 아이들 체형이 뒤틀렸다는 우스개 소리를 듣는다. 혁신 시스템으로 이것저것 적용해보느냐고 혁신학교들은 바쁘다고 한다. 학교혁신을 새로운 프로그램 적용으로 인식한 결과이다.

학교혁신은 시범학교나 연구학교가 아니다. 시범학교나 연구학교는 어떤 주제나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적용해 교육적 성과와 문제점을 파악하여 일반화 하는 제도인데, 이런 학교들은 보고를 위한 시범학교, 연구를 위한 연구학교가 되고 말았다. 몇몇 학교에서 혁신학교를 시범학교 운영하듯 한다는 소릴 듣는다. 아마 대부분의 혁신학교가 시범학교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혁신학교의 실패한 사례도 이제는 눈에 띄게 될 것이다.

학교혁신은 많은 재정 투자로 운영하는 교육이 아니다. 혁신학교에서 근무하는 분께 갑자기 많은 재정이 들어와 ‘어떻게 쓸 줄 몰라 당황스럽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 시군교육청에서 이런데 얼마 저런데 얼마 쓰라고 정해주기까지 한다. 돈으로 학교혁신을 해서 좋아진 거라면 평등교육 원칙에 따라 다른 일반 모든 학교에 다 재정투자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학교혁신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학교혁신은 지정된 학교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교에서 다 해야 한다.

먼저, 학교혁신은 학교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오랫동안 고착된 교육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삶이 바뀌면서 문화가 바뀌는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 교육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좀 더 잘 해보려고 노력했던 분들이라면 학교혁신 앞에 ‘돈오’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교육에 대한 자기 철학과 삶의 모습을 바꾸지 않고서는 학교 혁신을 추진하는 교육지원청이든, 관리자든 학부모든 ‘바담풍’ 하면서 ‘바람풍’ 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혁신은 교육가족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관리자와 교사, 교사와 학생, 학교와 학부모, 교육지원청과 학교가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학교혁신은 잘 타오르던 장작불이 몇 개의 나무 잘못 만지면 연기만 나고 슬며시 꺼지듯 꺼질 수도 있다. 현재의 많은 혁신학교들을 살펴볼 때 눈여겨볼 관점이 바로 ‘교육가족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가’이다. 아직도 관계가 권위적이고, 위압적이고, 상명하달이라면 무늬만 혁신학교다.

학교혁신은 사랑으로 해야 한다. 사랑은 큰 힘을 발휘한다.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은 자칫 잘못하면 욕심이 될 수 있다. 부모 같은 사랑을 느끼게 하는 선생님, 존경과 신뢰를 느끼게 하는 동료교사, 동반자 또는 친구와 같은 이미지의 관리자의 모습으로 학교는 거듭나야 한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내가 관리자라면 먼저 친구처럼 선생님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내가 교사라면 부모처럼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내가 학부모라면 동반자로 학교에 가야한다.

이제 경기도 교육지원청은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운영해야 한다. 혁신학교는 시스템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시범학교는 더더욱 아니다. 학교혁신 3년동안 많은 가능성을 보았고, 문제점도 잘 알고 있다. 혁신학교 지정도 더 할 필요가 없다. 이제 학교혁신은 모든 학교에 일반화하는 일이다.

구성원의 관계와 생각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고 서로 사랑하게 되면 모든 학교에서 다 학교혁신을 할 수 있다. 이제 학교혁신의 새 국면을 만들어야 한다.

/임덕연 안양 명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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