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시론] 대중음악의 기본, 왜 재즈와 블루스인가

 

대중음악의 정체를 말해본다. 20세기 음악은 대중음악, 미국음악, 흑인음악이라는 특징을 갖는다는 사실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전음악보다는 대중음악이 득세한 건 100년이고, 그 대중음악을 따지고 보니 미국음악이었고 그 미국음악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흑인음악이라는 얘기다.

모든 나라에 민속음악이 있었지만 20세기에 와서 세계인들은 미국이 만들어낸 대중음악을 듣게 됐다. 이탈리아도, 브라질도, 일본도, 한국도 따지면 주류의 대중음악은 민요가 아니라 모두 미국음악이다.

18~19세기에 걸쳐 정치적인 이유로, 종교적인 이유로 또 경제적인 이유로 많은 유럽 이주민들이 ‘기회의 나라’ 미국으로 이주해 왔다. 그 중 농업 자본가들은 남부의 광활한 농지에서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통해 밀, 쌀, 사탕수수 그리고 미국을 대표하는 농작물 목화를 수확했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 인력은 태부족이었고 비싼 백인 노동력으로는 턱도 없었다.

그들은 잔혹하게도 아프리카에 가서 흑인들을 노예로 끌고 들어오기에 이른다. 흑인들은 아무런 죄 없이 백인들의 총칼 아래 노예 신분으로 전락했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노예들이 미국 땅에 도착한 순간, 미국은 문화적으로 부자를 예약했다는 사실. 흑인들이 미국을 강한 문화국가로 만들어준 두 개의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 하나가 재즈요, 다른 하나는 블루스였다.

먼저 재즈는 루이지애나 주의 항구도시인 뉴올리언스를 발상지로 한다. 이 지역은(지금도 그렇지만) 독특하게도 프렌치 가톨릭, 즉 프랑스계 구교도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흑인이 비록 노예라고 해도 다른 지역과 달리 차별하기보다는 같이 어울려 살았다. 트럼펫, 색소폰, 트롬본, 기타 등 악기연주를 같이 하기도 하고, 그렇게 어울리다 보니 혼혈도 잦았다. 이 지역의 혼혈을 크레욜(Creole)이라고 하는데 흑인들과 이 크레욜 사이에서 발전한 연주 음악이 오늘날 재즈인 셈이다.

베니 굿맨, 글렌 밀러 등 워낙 백인 재즈 스타가 많다보니 아직도 미국인들 상당수가 재즈를 백인음악으로 인식하지만 재즈는 엄연히 흑인음악이다. 백인들도 대거 가세한 재즈는 나중 스윙, 비밥, 모던, 프리, 퓨전 등의 장르로 발전했으며 일찍이 북부 대도시로 올라가 1920년대에 벌써 전성기를 맞았다.

뉴올리언스에서 옆 지역에는 미시시피 델타가 있다. 빅스버그에서 멤피스까지 200마일에 걸쳐있는 이 델타(삼각주)는 퇴적된 땅이라 목화농사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고 여기에만 흑인노예가 20만이 끌려왔다고 한다. 이쪽 지역은 뉴올리언스와 달리 앵글로색슨 신교도들이 장악했다. 앵글로색슨 신교도 백인농장주들은 흑인을 차별했고 소요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흑인 특유의 타악기 울림 즉 퍼커션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탄압상황에서 노예들이 음악을 만들었다면 그 얼마나 슬프고 처절했겠는가.

이게 블루스다. 스스로 만든 수제 기타를 튕기며 흑인들의 슬픔과 한, 미래의 희망을 담아낸 음악이다. 블루스는 2차 세계대전 후 흑인공민권운동의 발달과 함께 많은 흑인노예들이 시카고와 뉴욕과 같은 북부 대도시로 올라가면서 변화를 맞게 된다.

도시로 올라와 노예에서 노동자가 된 흑인들에게 일렉트릭 기타는 결정적이었다. 이 악기의 증폭 사운드를 통해 흑인들은 자신들의 몸에 잠재된, 아프리카 시절의 리듬을 되찾기에 이른다. 이를 리듬 앤 블루스(Rhythm & Blues), 줄여서 알앤비(R&B)라고 한다. 바로 이 R&B가 나중 로큰롤의 뿌리와 기원이 된다. 로큰롤의 황제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적 시작이 R&B였다.

미국 대중음악의 근간은 흑인음악인 블루스와 재즈다. 그래서 재즈를 미국음악의 아버지, 블루스를 미국음악의 어머니로 일컫는다.

따라서 미국 백인들은 흑인의 것을 가지고 돈을 벌었으며 공산주의와 1세계 유럽을 넘어서는 그들만의 대중문화 브랜드를 창조했다고 할 수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면 대중음악은 블루스와 재즈로 돌아가야 한다. 이 두 흑인음악에 대한 이해로부터 대중음악 접근이 시작되는 것이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