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세상만사] 데면데면한 나라, 인도(印度)

 

폴란데비를 기억하시는지? 잘 모르시면 밴디트 퀸 산적여왕(山賊女王)하면 “아! 한 때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하면서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최근 인도와 관련된 재미난 소식이 있다. 인도 최고 재벌(세계 9위)이 1조2천억짜리 초호화주택을 지어놓고 풍수지리 때문에 입주를 미룬다는 소식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족을 둔 남성이 인도인이란다.

부인 39명, 자녀 94명에, 14명의 며느리, 33명의 손자... 믿거나 말거나가 아닌 사실이다.

인도라고 하면 빈부의차가 많은 나라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한가하다니? 그러나 나에게는 인도가 그리 유쾌하질 않다. 한 여성 때문이다.

폴란데비를 기억하시는지? 잘 모르시면 밴디트 퀸(bandit queen)―산적여왕(山賊女王)하면 “아! 한 때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하면서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인지라 며칠만 지나도 까마득한 과거로 남기에 웬만한 사건은 무덤덤하지만 인도의 ‘폴란데비 암살사건’은 아직도 머릿속에 뚜렷하다.

우리나라도 신분제도(身分制度)가 뚜렷했지만 인도는 유별났다. 소위 카스트제도, 대학예비고사(요즘 수능과 비슷)에 성직자는 아래 어떤 신분에 해당하는가? 보기-브라만, 크사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4지 선답이 출제됐던 기억이 있다.(우리 때는 참 쓸데없는 것 많이 외웠다. 조선시대 왕조이름...태, 정, 태, 세, 문, 단, 세...)

그런데 인도는 네 가지 계급 가운데 아예 들지도 못하는 계급이 있는데, 이름하여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란 것이 있다.

접촉해서도 안 되는 - 인간 취급 받지 못하는 계층이다. 아시다시피 인도에서는 소를 신성시하지만 불가촉천민은 예외적으로, 모든 동물을 먹어도 된다고 한다. 더 이상 타락할 수 없을 때까지 타락했고, 더러워진 부류이기 때문에 ‘너희들 마음대로 해라, 너희들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폴란데비는 ‘불가촉천민’ 출신이다. 11살 때 자전거 한 대와 암소 한 마리를 받고 48세의 신랑과 결혼한다. 말이 결혼이지 팔려간 것이다.

그 후 몇 년 살지 못하다 부인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을 당한다. 부인의 도리? 십대소녀가 부인의 도리를 어떻게 알겠는가? 또 부인의 도리는 무엇인가?

친정에 돌아왔으나 동리 사람들로부터 집단 냉대를 받는다. 설상가상, 산적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그들의 성적 노리개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한다. 낮에는 노동, 밤이면 짐승들의 노리갯감, 그 장면에서는 치를 떨었다.

그러나 어디든지 의인(義人)은 있는 법! 연정을 품고 있던 산적 가운데 한 명이 두목을 죽이고 폴란데비에게 말 타는 법과 총 쏘는 법 그리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에, 사랑마저 가르친다.

이야기를 마저 하자. 결국 정인(情人)마저 암살당하고, 폴란데비는 모진 마음을 먹는다. 내가 산적들의 지도자가 돼 쓰레기 같은 세상을 정리하자! 고통스러운 시집살이 한 며느리가 옥좌(玉座)에 오르면 두 가지 행태로 나뉜다.

내가 받은 멸시, 고생을 며느리에게 분풀이 하는 표독한 시어머니가 되거나, 아니면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자상한 시어머니가 되던가...

폴란데비는 덕망 있는 여자 산적 두목으로 변신한다.

가난한 사람을 괴롭히는 부자를 징벌하고, 빼앗은 것을 가난한 이에게 돌려주는 의적이 됐다. 자연히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정부의 공권력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폴란데비의 부모를 인질로 자수할 것을 협상했다.

자전거와 암소 한 마리로 딸을 팔아넘긴 부모도 부모! 자수한 여자 산적두목 - 외신들이 앞 다투어 세계로 타전해 폴란데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출옥 후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맹렬히 활동하다 결국 암살당하고 만다.

참으로 반전에 반전 인생! 오래전의 이야기가 아니다. 십 년 전 일이다. 나라꽃이 예쁜 연꽃이고 성자(聖者)라 불리는 간디가 출생한 나라지만 폴란데비 때문에 인도는 왠지 데면데면하다.

/김기한 객원 논설위원·前 방송인·예천천문우주센터 회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