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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갈등조정제도의 공공성과 사회적비용

 

이번 서울시장선거에서 나타난 다양한 이슈들은 ‘갈등’과 깊숙한 관계를 갖고 있다. 애초에 서울시장을 뽑아야 하는 것도 알고 보면 무상급식을 둘러싼 갈등에서 촉발된 측면을 갖고 있다.

국가의 대소사와 관련한 정책에서부터, 부부사이가 이혼에 이르는 과정 까지, 사람이 살아가는 대부분의 행위는 갈등의 연속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만 사안에 따라 스트레스 정도를 달리하며 ’죽음‘으로 자신을 내모는가 하면, 어떤 이는 갈등을 촉발시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음도 불구하고 갈등해결의 아무런 의지를 갖고 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후보토론회에서 후보자 모두 갈등조정역할을 서울시장의 중요한 덕목으로 이야기 하였다. 선거공약 중 일치하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갈등조정에 대해서는 서로 필요한 부분으로 인정했다.

천만 시민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정을 통해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것을 시장의 맡은 바 큰일로 본 것이다.

다만 풀어 가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 어떤 후보는 법제도의 보완과 정비가 우선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후보는, 자신의 하버드법대 객원연구원 시절, 갈등에 대한 해소과정의 경험을 통해 갈등조정을 전담하는 구체적인 제도 도입을 언급하였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시기적으로 갈등이 만연되어 있고 신뢰가 무너져 있는 최근상황에서는, 각 영역에서의 갈등을 파악하고, 소통과 신뢰가 회복되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좀 더 중요할 것으로 보여 진다.

현재 갈등으로 빚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손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이번 선거에서도 갈등의 논쟁은 무상급식 찬반과 관련되었지만, 갈등의 증폭은 본래의 논제를 떠나, 사회에 부담으로 되돌아 와, 실제 주민투표와 선거까지 300억이 넘는 사회적 비용이 쓰여 졌다. 여기에 개개인과 조직의 보이지 않는 노력까지 더한다면 어떤 측면에서는 차라리 무상급식을 실행하여 논쟁을 없애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으로 무모하고 책임성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한 후보는 갈등을 조정하려면 많이 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조정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많이 듣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너무 분명하고, 오히려 적극적인 공감과 경청을 통해 갈등당사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어 줄 수 있는 진정성에 기초한 공감 능력은 갈등을 상생(win-win)으로 이끌어 내는 훌륭한 조정가의 자질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번의 선거 과정은 정말 ‘천만 시민’을 생각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불통’의 전형이었다. 갈등을 시민의 복리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나 노력, 방법을 모색 했다기 보다는 갈등을 갈등으로 처리하며 ‘너 죽고 나죽자’는 최악의 상황(loss-loss)이었다.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여야할 사회의 영향력이 큰 리더가 자신의 중요한 역할을 포기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또한 천만시민이 자신에게 부여했던 혹은 본인이 갖고 있던 모든 ‘공공성’을 부인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무척 마음 아팠다. 고스란히 시민들의 고통으로 되돌아 왔기 때문이다.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은 “갈등과 분쟁, 시민 불만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시민들과 논의해 줄일 수 있는 갈등조정관 같은 분이 몇 분 계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밝혀, 갈등조정관 제도 도입을 시사했다.

이는 시대의 다양성을 담아내기 위한 중요한 기제라고 본다. 이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프로세서나 일방적인 소통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이해당사자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과 내용에 따라 자율성과 책임성, 공정성과 투명성 등이 유기적으로 확보 되어야 한다. 또한 조직의 독립성이 보장 될 수 있도록 해야하며, 거버넌스 형태의 새로운 지역공동체를 지향하기 위한 철학도 필요하다. 따라서 신임 서울시장이 언급한 갈등조정관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양한 사람들이 지속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갈등조정가 역할은 공공성을 극대화하여 사회적비용을 최소화 하는데 있다. 누구 하나의 승리나 성공이 아니라 모두의 승리와 성공이 되어야 한다.

/김미경 갈등조정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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