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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평화 감수성을 아시나요?

 

‘새마을 청소’, ‘애국 조회’, ‘교련 사열’, 나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가장 깊은 내면의 상처로 남아있는 말들이다. 교과서는 물론이고 모든 교육 내용에 일관되게 관류하는 반공 냉전 및 국가주의 이념이 교육의 목적이자 수단이었던 시절, 그 때 나는 학교교육을 통해 평화로 위장된 전쟁놀이를 배운 셈이다.

그리고 이어진 30개월의 군대생활. 병장 계급장을 달기 전 20개월은 공포의 세월이었다. 소위 ‘얼차려’로 불리는 물리적 폭력과 언어폭력이 동시에 난무했다. 그리고 전역 후 교단에서 나는 군대생활을 통해 받은 트라우마를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학급운영에서는 일사분란함을, 성적은 일등주의를 고집했다. 폭력을 매개로 할 때 성과주의는 빛을 발한다는 것을 체험한 시기였다. 내가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나름 노력하는 것은 그 때의 죄책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아니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평화교육헌장을 선포했다. 교육청이 밝힌 평화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의 생명존중 의식과 평화능력을 신장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평화감수성을 내면화해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그간 평화교육의 내용은 반전교육과 통일교육이 주를 이뤘다. 그만큼 교육 내용이 다양하지 못했다. 평화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반전교육과 통일교육은 자칫 이념의 문제로 비화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평화운동 탄압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평화의 반대말을 물어보면 십중팔구 ‘전쟁’이라고 답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평화’의 개념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평화교육을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까? 그것은 학교의 평화를 가로막는 요인을 찾아내는 일에서부터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다. 학교의 평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는 차별이다.

차별의 원인도 다양하겠지만, 일등주의가 가져온 성적 차이에 따른 차별이 모든 요인의 종착점이 되는 셈이다. 또한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어느 사회나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인권교육이 지식교육이 아닌 것처럼 평화교육의 본질은 지식교육이 아니다. 평화교육은 감수성 교육이어야 한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감수성의 정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감수성은 소통과 더불어 시대적 특성을 반영하는 주요 화두가 됐다. 가히 감수성과 소통의 시대이다. 낡은 이념적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감수성의 출발점이다. 이제 학교교육을 통해 평화감수성을 어떻게 내면화할 것인지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평화감수성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폭력과 아픔과 차별이 없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은 처지가 다른 사람과 쉽게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평화감수성은 갈등해결의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갈등 해소와 치유를 위해 평화 감수성 교육은 우리 사회가 최우선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임에 틀림없다.

일부 평화운동가들은 평화 감수성을 키우는 방안으로 개인이 평화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는 인권을 강조하기 이전에 책임을 강조하는 논리와 맥을 같이 한다. 심성 수련을 통해 개인 스스로가 내면을 평화롭게 하면 평화로운 사회로 성큼 다가서게 된다는 것이다.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도 싹트게 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평화감수성은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로 접근해야 한다. 평화감수성은 평화를 만드는 힘의 원천이어야 한다. 학생들 일상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폭력적인 환경을 없애는 노력도 선행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감수성을 일깨워줄 수 있는 생활 속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한 갈퉁은 한국 사회에 대해 “우리와 다르면 잘못됐고 위험하다는 생각에서,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매력적이며 다른 시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 열쇳말”이라고 충고한 바 있다.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를 만드는 힘, 이것이 진정한 평화감수성이다.

/조성범 군포 산본공고 교사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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