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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민간이 주도하는 벤처창업 전성시대

 

지난 10월 6일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던 날, 서울무역전시장에서는 제2의 잡스를 발굴하기 위한 ‘슈퍼스타 V’ 행사가 열렸다. 5월부터 몇 차례에 걸친 평가를 거쳐 1천770명 중에서 선발된 10명의 예비창업자만이 ‘슈퍼스타 V’에 진출해 자웅을 겨룰 수 있었다. 입상자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최대 5천만원의 상금과 선도벤처기업들이 약속한 1억원의 엔젤투자 자금을 디딤돌 삼아 창업의 날개를 활짝 펴게 됐다.

정부의 벤처창업 지원을 위한 노력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외환위기를 맞아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벤처기업은 재빠른 외환위기 극복의 1등 공신으로 평가받았다.

물론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도 있었다. 벤처 붐에 편승한 ‘묻지마 투자’와 불법행위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판치는 바람에 한 때 가장 선호하는 신랑감으로 손꼽혔던 벤처기업인에게 ‘사기꾼’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2001년 1만1천개가 넘던 벤처기업이 2003년에는 7천여개로 급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벤처거품은 붕괴했어도 벤처는 결코 죽지 않았다. 어려울 때에 오히려 과감하게 창업하고 한우물을 팠던 벤처기업인들, 2008년 이후에만 7차례의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한 정부의 정책의지, 모바일 혁명 등으로 촉발된 창업환경의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벤처기업 수는 올해 9월말 기준으로 2만6천377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벤처창업 열기를 확산하기 위해 정부는 1천300억원의 청년창업 전용 정책자금과 700억원의 엔젤펀드를 새로 조성하는 등 2012년도 지원예산을 확대 편성했고, 창업초기단계의 벤처기업이 엔젤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엔젤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우리 속담처럼 정부의 지원이나 제도개선만으로는 바람직한 벤처생태계가 구축되기 어렵다는 것이 지난날의 벤처붐 붕괴가 주는 뼈아픈 경험이다. 실리콘밸리는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벤처생태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대학과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탈, 선배기업인들간의 네트워크에 의해 예비창업자에 대한 교육부터 유망한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와 멘토링, 성장과 M&A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인 지원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러한 토양 위에서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이 태어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바람직한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민간 부문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에는 벤처기업인들이 힘을 모아 설립한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출범했다. 미국의 카우프만재단처럼 우리나라도 민간이 주도하는 기업가정신 확산의 거점기관이 탄생한 것이다.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출범 이후, 일부 언론사와 대기업들도 청년들의 벤처창업을 지원하는 기관을 설립하는 등 민간 부문의 노력들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벤처기업협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선배 벤처기업인들이 청년들에게 창업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멘토링 프로그램(벤처 7일 장터)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10여년 동안 창업과 실패, 재도전과 성공을 경험한 1세대 벤처기업인들이 하나 둘씩 엔젤투자자로 변신해 후배기업인을 키우는 멘토로 활동하고 있어 우리 벤처생태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프라이머’, ‘고벤처포럼’, ‘본엔젤스’ 등이 그 좋은 사례들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벤처 르네상스’가 활짝 꽃피우기 위해서는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또한 실패의 충격을 줄여주고 실패한 경험을 밑천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벤처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실리콘밸리의 벤처신화가 주는 교훈이며, 정부와 민간이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야 할 남겨진 과제이다.

/임충식 중소기업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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