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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야 안돼~! 몸은 하나인데 어떻게 다 출연해

개콘 ‘비상대책위원회’ 속사포 개그의 달인 ‘김원효’

 

폭탄 테러, 독가스 테러 등으로 국민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야 안돼∼”라며 밑도 끝도 없는 핑계를 늘어놓기 바쁜 경찰 간부 역으로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에게 인기를 실감하는지 묻자 “갑자기 너무 바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웃는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몰랐어요. 한꺼번에 일이 밀려들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냥 행복하다가도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가’ 싶어 불안불안해요.”

실제로 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비상대책위원회’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일부터는 부인인 개그우먼 심진화와 함께 MBC FM4U(91.9MHz) ‘푸른밤 정엽입니다’ 속 연애 상담 코너 ‘사랑은 할부로 온다 - 커플즈’를 진행하고 있고 KBS 2TV ‘영화가 좋다’와 ‘연예가 중계’에서도 고정 코너를 맡았다.

“신기하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를 찾아주시다니요…. 특히 신기한 건 60,70대 어르신들도 저를 알아봐 주신다는 거에요. 그럴 때마다 ‘개콘을 보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어 깜짝깜짝 놀래요.(웃음)”

‘비상대책위원회’는 10분 안에 테러범과 협상해야 인질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책임 회피에 바쁜 고위 관료들의 모습을 풍자, ‘높으신 분’들의 탁상공론에 지친 국민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역시 ‘본부장 김원효’의 속사포 개그다. “야 안돼∼!”라는 ‘단호한’ 결론으로 시작되는 그의 장광설은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와 어울려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유발한다.

“처음부터 시사 개그를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할 건 다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했죠. 우리 와이프만 해도 약속 시간에 늦었다면서도 아이라인은 끝까지 그리거든요.(웃음) 그걸 간부들의 이야기로 바꾸고 나니 점점 시사적인 요소가 가미되더라고요.”

그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에 시사적인 요소를 입힌 게 우리 코너의 인기 비결인 것 같다. ‘누가 좀 얘기해줬으면’ 싶은 걸 끄집어냈다며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며 웃었다.

대사를 외우는 게 만만치 않겠다고 하자 “어휴∼”라는 한숨부터 내뱉는다.

“저희 코너의 대본이 A4 용지로 네 장 정도 되는데 그 중 반은 제 거에요. 첫 녹화 때는 그 반의 반도 안 됐는데 코너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제 대사도 늘어났죠.(웃음)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니고요, 무조건 연습을 많이 해요. 대사를 제 말투로 고쳐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죠. 머리 속으로 상황을 그려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돼요. 자꾸 그 상황을 상상하면 한 두 번 대사를 틀리더라도 애드립으로 넘어갈 수 있죠.(웃음)”

속사포 개그를 하다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겼단다.

“엊그제 KBS 앞을 지나는데 어떤 분이 ‘우리 아들이 김원효 씨 암기 능력을 부러워한다’며 암기법을 알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게 있다면 저도 벌써 서울대 갔죠’하며 같이 웃었습니다.”

김원효는 “원래는 코너 속 캐릭터에 내 모습이 스며들곤 하는데 이번만은 제가 코너 속 인물에 동화되는 것 같다. 말이 없는 편이었는데 ‘비상대책위원회’를 오래 하다보니 엄청 수다스러워졌다”고 했다.

2005년 KBS ‘개그사냥’으로 데뷔한 김원효는 ‘개그콘서트’에 합류한 뒤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 ‘9시쯤 뉴스’ ‘꽃미남 수사대’를 거쳐 ‘비상대책위원회’로 꽃을 피웠다.

어눌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할 말을 다 하는 엉뚱함,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관객과 실시간으로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을 개그의 최대 매력으로 꼽았다.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도 관객과 호흡을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극 전체를 다 본 뒤에야 반응이 나오는데 개그는 대사 하나하나에 바로 반응이 나와요. 그만큼 힘들기도 하지만 한번 그 맛을 들이면 헤어나기 힘든 매력이 있죠.”

“어느 신문 기사를 보니 소니가 도태된 이유가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아이와라는 히트 상품에 안주해 그것만 계속 만들어내다보니 도태됐다고…. 개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박수칠 때 떠나고 또 새로운 코너를 선보이지 않으면 어렵더라고요.”

김원효는 “일단 저부터가 뭔가에 쉽게 질리는 스타일”이라면서 “다음에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소개했다.

“사실 대통령을 콘셉트로 짜 놓은 코너가 하나 있어요. 아주 진중한 역할입니다. 근데 갑자기 진중해지면 ‘야 안돼∼!’ 소리를 듣게 될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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