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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리투아니아’란 나라에 한번 가보고 싶다

 

박칼린 때문에 리투아니아에 가고 싶다. 팔자 좋게 웬 여행? 이럴지 몰라도, 말도 못하나! 꿈도 못꾸나!

공연기획자, 뮤지컬 감독 그리고 대학교수 박칼린의 어머니의 고향이 리투아니아. 괴테가 좋으면 그의 고향 독일에 가고 싶고, 가수 최백호가 좋으면 부산에 가고 싶은 법이다.

박칼린의 외가 리투아니아는 우리와 비슷한 슬픈 역사를 가졌다. 소련의 지배를 받다가 독일 지배를 받다가 다시 소련으로... 백성들 정신 없겠다.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다. 인구 10만명 당 남자 70명이, 그리고 여자는 14명 꼴로 자살한 셈이다. 사회적 변화가 심하다 보니 정체성에 극심한 혼란을 느끼고 사회적 현상에 실망이 커서 행복지수가 몇몇 아프리카 빈국보다도 못하다. 타결할 수 없는 절망은 곧잘 술을 부른다. 동서, 고금이 비슷하다. 이 나라에서는 보드카 가격이 오르면 자살률이 떨어진다. 술 마실 돈이 없어서... 맨 정신으로는 자살할 용기가 없어서... 불쌍해서 어쩌나.

며칠 전 이름도 예쁜 힐링 캠프(Healing Camp)란 TV 프로그램에서 박칼린에 흠뻑 취했다. 커다란 눈동자(광채는 있다), 얼굴 면적은 무척 넓어 요즘 기준으로 미녀와는 거리가 멀지만, 발작적으로 터지는 꾸밈없는 소프라노성 웃음소리, 이제는 잊혀져가는 옛날 부산사투리를 술술 자연스럽게 말하고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솔직함, 단순함 그리고 긍정적 자세.... 하여간 매력 덩어리였다.

창(唱)을 배우고 싶어 박동진 선생을 찾아 갔다는 이야기 하며,(박칼린은 서울대학에서 국악 작곡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여행 갈 때는 반드시 작은 가방 두 개를 갖고 떠난다. “가방 하나에 추억을 가득 담기 위해서” 이런 근사한 말도 했다.

어릴 때부터 이색적인 외모 때문에 필요 없는 관심을 받자, 아예 자기가 친구들을 왕따 시켰다고 억지소리를 한다.

“서울말은 끝자리만 올리면 되는 기라예” 요즘 유행어다. 그 뭉퉁퉁한 부산 사투리가 박칼린을 통하면 얼마나 맛깔스럽던지! 어릴 적 먹었던 콩나물 조림을 맛보면서 “바로 이기라예! 바로 이기라예!”를 외치면서 눈물마저 글썽인다. 아마 옛 추억을 재회한 기쁨 때문이리라!

그리고 덧붙여 설명하기를 마음에 와 닫는 음식을 컴퍼터블 푸드(comfortable food, 위로받는 음식)라고 불렀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살아가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확인하는 음식!!!! 콩나물 조림 하나에 너무 거창한 듯하지만 나는 무엇이 위로받는 음식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촌스럽지만 배추전이다. 혹시 여러분은 무엇인지?

마흔 다섯 살의 중년이 다섯 살 때 배웠던 피아노 선생님한테 안겨(실제로는 그녀가 안은 것 같았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장면을 보고 솔직히 부러웠다. 창문밖 사위는 깜깜한데 유년 추억은커녕 아름다워야할 청춘의 추억조차 건질 것 없이 메마른 것을 느끼고 문뜩 서글펐다. 솔직함과 당당함 수줍음 이것이 박칼린의 매력이다. 사랑해본 경험이 있는지? 이런 생뚱맞은 질문에 “아니! 나이 마흔 다섯에 사랑 경험이 없다면 그건 바보예요” 깔깔대고 웃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옆에 있던 아내가 “흐르는 침이나 닦고 보세요”라며 핀잔을 줬다. 여운이 남아 제작진들의 이름이 자막으로 흐르는 것까지 보았는데 기획한 친구가 함께 일했던 후배가 아닌가?

몇 개월 전에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보고 대책 없는 잔소리 몇 마디 해주었는데, 맞다! 가장 고달플 때가 꽃이 활짝 피는 계절이다.

어쨌든 박칼린 때문에 리투아니아에 가고 싶다. 팔자 좋게 웬 여행? 이럴지 몰라도, 말도 못하나! 꿈도 못 꾸나!

/김기한 예천천문우주센터 회장, 객원 논설위원·前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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