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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시진핑(習近平) 평전(評傳)

 

대강 훑어보고 전부를 아는 양 거들먹거리는 것을 코끼리 다리 만져 보고……. 이런 비유를 하는데 다리는커녕 발목만 슬쩍 보고 떠들었으니... 솔직히 부끄럽다.

중국 왕래가 스무 번이 넘지 싶은데...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은지라, 그 나라와 남녀 포함한 중국인에 대해 관심이 남달랐다. 그러나 막연했다. “참으로 무서운 나라!” “그네들 발마사지 할 날 멀지 않았다” 이런 두려움만 가졌지, 그 실체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며칠 전 서점에서 붉은 글씨로 표지된 시진핑 평전을 발견하고 주저없이 값을 치렀다. 솔직히 자서전과 회고록은 스스로 위인을 만들지만 평전이란 글쓴이의 주관이 들어있기 때문에 비교적 실체에 접근하는 셈이다.

주관과 객관의 차이인 것이다. 역자(譯者)의 인사말을 빼고 547페이지-대단한 분량이다. 단 3일 만에 읽었으니 그 흥미진진함이 대단했다.

시진핑이 누구인가?

태자당의 대표주자, 다음번 국가 주석을 맡을 영순위, 그리고 무지하게 예쁜 국민가수의 남편. 어릴 때 모두 무 뿌리 먹을 때 인삼 뿌리를 먹고 자란 태생부터 귀족인생인 줄 알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스스로 고생을 샀다.

아버지 시중신은 13살 때 이미 혁명에 투신한 중국 공산당의 원로(元老)이다. 당시 혁명 전후의 풍조는 큰일을 하는 사람이 가정에 미련을 가지면 소인배라 흉봤지만 시중신은 당당하게 “무정하다 하여 반드시 진짜 호걸이라 알 수 있을까? 자식을 사랑한다고 하여 어찌 대장부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자녀들을 내놓고 총애했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국가지도자, 이것은 아버지의 공로! 가훈(家訓)이 근검절약이라 평소 습관이 돼 시진핑은 부패 근처에 얼씬하지 않았다. 모름지기 큰일하는 사람들은 이 평범한 교훈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겨야겠다.

‘시진핑의 유년기와 청소년의 반은 밝았지만 반은 어두웠다.’ 이렇게 묘사했다. 정치적인 사건으로 하룻밤 사이에 부총리직을 잃은 아버지! 어린 마음에도 어렴풋이 염량세태를 느꼈다. 정치광풍(狂風)-문화혁명때, 아버지는 타도의 대상이 되고 시진핑은 홍위병도 될 수 없었다.

스스로 농촌혁명을 꿈꾼다는 명분으로 시골로 향한다. 헤어지는 북경 역에서 집안 친척들은 울고불고 야단인데 “내가 못가야 울지요. 내가 못가고 여기 있으면 목숨을 유지 못하는데, 내가 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까? 울지 마세요.” 참으로 단순하지만 명쾌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8번을 신청서를 낸 후 공산당원이 됐다. 한 줄로 나타나는 경력이야 화려했지만 일정 기간까지는 아버지의 후광(後光)이 오히려 방해가 됐다. 부모로부터 받은 교훈 “신체는 혁명의 밑천이다.”

아버지 시중신은 ‘중앙에 경제특구를 건의한 개혁의 선구자’로 기록돼 있고 그 점에서 아직까지 추앙받는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어느 자리에 가던 발전을 위해 과거와 단절한다. 새로운 곳에 부임하면 제일 먼저 빈민촌을 찾고 다음에는 원로들을 찾는다.

만사(萬事)가 인사(人事)라고 했는데 저자는 시진핑의 인사정책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시진핑 스스로가 한 말 “내가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은 진시황이나 한무제 당태종이나, 칭기즈칸이 아니다. 유방, 유비같이 스스로 뛰어난 재능과 원대한 지략은 없어도 인화단결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교제가 지나치게 넓어짐이 된다고 했다.

옛 사람들이 이르길 “대부는 개인적인 교제가 없다(大夫 無私交)”라고 했는데, 시진핑의 경우 이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래서 평전은 우리에게 그 무엇인가를 준다.

얼마 전 유민 홍진기(삼성 이건희 회장의장인) 평전을 구했다. 아직 책장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어떤 식으로 묘사됐는지 매우 궁금하다. 그런데 이 책도 500페이지 가까우니 눈이 고생 꽤나 하겠구나. 걱정이다.

/김기한 객원 논설위원·前방송인 예천천문우주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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