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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낡은 것이 아닌 정통 토크쇼 보여주겠다”

12년만에 토크쇼로 돌아온 개그계 신사 주병진

 

“냉동인간이 됐다가 12년 만에 해동이 돼서 나왔는데 세상이 다 바뀐 느낌입니다. 아직 몸의 각 부위가 얼어 좀 서걱서걱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면 제 스스로 점수를 매길 날이 빠르게 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개그계의 신사’ 주병진이 12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다. 내달 1일 밤 11시5분 첫선을 보이는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를 통해 1999년 SBS ‘주병진의 데이트라인’ 이후 처음으로 방송 진행을 맡는다.주병진은 28일 경기 고양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유롭게 1시간여 질의응답에 응했다.

그는 “12년 만에 왔는데도 많은 분이 이리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에 황송할 따름”이라며 “아무래도 그간 이런저런 큰 구설에 많이 오르다 보니 격려해주신 분들이 많았고, 그런 관심이 묻어나서 이젠 내가 그러한 마음고생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기존의 버라이어티 토크쇼와는 다른 정통 토크쇼를 표방한다. 주병진은 지난 25일 야구선수 박찬호와 함께 첫 녹화를 마쳤다.

-12년 만에 복귀하는 소감은.

▲12년이라는 세월을 길게 느끼는 사람도 있고 짧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간 10년이라는 세월을 몇 번 경험을 했는데 내 삶에서 지난 10년은 가장 긴 10년이었던 것 같다. 10년을 넘어 12년이라는 세월이 내게는 멈춰져 있다. 그것이 얼마나 긴 세월일까, 어떤 시간적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생각은 없다. 다시 12년 만에 무대에 서게 되니 12년 전에 헤어졌던 첫사랑을 만나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내 삶에서 앞으로 희망과 목표가 생겼다는 것에 스스로 큰 감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미래가 없이 너무 망막한, 그런 멈춰버린 세월을 살고 있었는데 이젠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하다.

--첫 녹화를 마친 소감은.

▲정신이 없었다. 극도의 긴장을 했다. 녹화 들어가기 전에 예전 방송 한창 시절의 그 느낌을 자꾸 떠올리려고 노력했지만 가중되는 긴장감에 굉장히 두렵기까지 했다. 그러다 녹화 직전에 방청객들을 보고 아나운서가 내 소개를 하면서 들어가기 바로 전에 수습이 됐다. 이후 ‘아, 다시 왔다’ ‘고향에 왔다’는 느낌 속에 평온을 되찾고 나름 정신을 차리고 녹화를 했다. 내가 좀 발동이 늦게 걸리는 편이라 3-4주 정도 지나면 예전 흐름을 70-80% 되찾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품어본다.

-다양한 토크쇼가 방송되고 있다. 어떤 차별점이 있나.

▲그간 토크쇼가 많이 선보였던 것 같다. 나도 시청자 입장에서 재미있게 봐왔지만 반면에 정통 토크쇼라는 진행방식은 사라지지 않았나 싶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요즘의 변칙적인 스타일의 토크쇼가 마치 토크쇼의 정석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10여년 만에 다시 예전 스타일의 정통 토크쇼를 보여 드린다는 것은 옛날 것을 보여준다는 게 아니다. 이런 장르는 불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 자체가 이 시대에 새로운 것이 아닌가 싶다. 좀 더 예의를 갖추고, 자극적이지 않은, 변칙 스타일로 왜곡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시청률과 싸움만 하는 것이 아닌 그런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싶다.

-도중에 MBC 라디오 ‘두 시의 데이트’로 복귀할 뻔 했다. 논란이 컸다.

▲라디오를 하고 싶었다. 방송을 좀 더 잘하고 싶어서 고향 같은 라디오 방송에 가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요즘 방송의 흐름을 알고 싶었다. 음악도 좋아하고 예전에 ‘두 시의 데이트’를 진행했던 경험도 있고. 그러나 방송관계자를 만나 특정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런데 기다리고 있던 차에 ‘그런 현상’들이 일어났다. 그런 현상이 일어나기 직전에 ‘어떤 시간대를 맞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두 시의 데이트’라고 해서 ‘그렇다면 윤도현 씨는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윤도현 씨는 다른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기사들이 떠서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난 ‘두 시의 데이트’를 맞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복귀 전 어떻게 지냈고 복귀하면서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나.

▲방송 시작 전에 세월이 그리 많이 간 줄 몰랐다. 어느 순간에 과거 사건을 검색하고 어두웠던 기억을 다시 돌아보는 시점이 있었는데 내가 방송을 하지 않은 지 몇 년 됐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세월이 이리 지나가버렸나 싶더라. 텔레비전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많은 사람과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될 수 있는 대로 혼자서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얼마만큼 흐르는지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꿈이 없었다. 마치 태풍의 핵에 있는 것처럼 정적, 적막, 정지돼 있었다. 그것이 얼굴로 표현됐고, 그래도 죽지 않으려고 매일같이 운동하면서 한 가닥 희망의 끈은 놓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다 방송 출연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주변에서 ‘요즘 몸도 좋아지고 얼굴도 밝아졌다.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어쩌면 살 수도 있겠다’ ‘살아도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얼굴에 얼음이 녹지 않았지만 그래도 온기가 느껴지는 게 지금의 가장 큰 변화다.

-지난 12년이 어떻게 흘러간 것 같나.

▲얼음창고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빨리 얼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는 것 같지도 않고 산 송장 같았다. 어떻게 하면 내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하나만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고 그 생각에 빠져 정체돼 있었다. 여기서 탈출하려면 사업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거나, 모든 것을 부정하고 해외로 나가 아무도 날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살거나, 매스미디어를 통해 얼음에서 빠져나오거나, 그도 아니면 생을 끊는 것 등 네 가지 정도를 생각했다. 그러다 매스미디어의 하나인 방송을 통해 다시 돌파구를 마련하게 됐고 다시 꿈을 꾸게 됐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나.

▲물론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에 대해서도 많은 시청자가 호기심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고 그것도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프로는 그 사람 내면에 들어가 교훈이 되거나, 함께 가슴 아파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낼 계획이다. 외부 노출을 꺼리는 정계나 재계 분들, 일반인 중에서도 우리에게 뜨거운 이야기를 전해주실 분들을 많이 초대하고 싶다. 많은 부분에서 예전만 못할 것이다. 하지만 MBC가 돈을 많이 쓰겠다고 하니까 이 프로그램이 욕을 먹는 정도까지는 안 되지 않을까.(웃음) 노력하는 프로그램이구나, 많이 노력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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