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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나의 주례사

 

교장과 교육장을 하다 보니 제자들과 직원들의 주례도 가끔 한다. 감동적이고 삶의 나침반이 되는 주례사로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해 얻어진 결론이 ‘억울하면 3명 낳아라’ 라는 주례사였다. 자녀 1명당 4년제 대학 졸업까지 비용이 2억6천만원, 3명이면 7~8억인데 설득력이 있을까? 내 삶 생각하고 1명도 힘들다고 한다. 아예 혼자 살려고도 한다.

그러면 혼자 살면 행복하고 3명이면 불행하단 말인가? 그건 아니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4년제 나와 실업자가 되려면 아예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서 장학금 받아 수석으로 졸업해 취업 후 야간대학 또는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면 대졸생이다.

이렇게 하면 초, 중학교를 무상 급식과 함께 무상교육으로 졸업하고 보면 큰 돈 없이 3명 교육이 가능하다. 그러면 왜 3명인가가 필자의 주례사 이야기다

50년 전, 필자 10남매 중 3형제가 아산 배방초등학교를 다녔다. 점심시간이면 시레기 죽통을 들고 뒷산에 모여서 함께 먹곤 했다. 모자가 없어 눈보라 칠 땐 천으로 만든 신발주머니를 뒤집어 쓴다. 비가 올 때는 푸대자루를 우비용으로 사용했다. 내복 없이 나이롱 바지에 10리 길을 걸어 다니던 그 어려운 시절을 지낸 우리가 지금은 수십만원 짜리 명품 옷에 구두 신고, 자가용을 타고 다닌다. 겨울에도 러닝바람의 따스한 아파트 안에서 지낸다. 누구의 덕인가? 국가의 덕이다. 그러나 국가에 대한 고마움에 대한 내가 한일은 빈약하다. 그래서 첫째 아이를 길러 국토방위 차원에서 국가에 바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에 대한 효심보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더 중시하고 나와 가정보다도 국가를 우선하는 애국자로 만들어 이 나라를 지키는 충성스러운 국민으로 만들어 국가에 바친다는 마음을 가지자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 지킴이로 만들고 보면 나의 노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억울함이 들 것이다. 그래서 억울하면 하나 더 낳으란 말이다. 둘째로 낳는 아이는 나의 노후대책 차원이다. 국가의 충성 보다는 효를 먼저 생각하고 부모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효성스런 인간으로 만들면 노후의 걱정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데 그렇게 믿고 2명을 낳아 교육시키다보면 부모에게 효도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까지에서 다한 듯 고등학교에 가면 대화가 단절된다.이 때쯤이면 여자나이 40대를 넘는다. 억울하기 짝이 없다. 남편의 늦은 귀가, 홀로 끼니를 잇는 식사시간이 외로움과 고독으로 가득차 우울해지고 삶의 회의를 느낀다. 그러다가 우울증이 오고 병원치료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그래서 억울하면 또 하나 더 낳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젠, 국토방위와 노후대책도 있으니 40대에서 60대까지 나의 인생의 행복을 위한 레저 차원에서 하나 더 낳자는 것이다.

40대 아주머니로 국가의 출산 장려금으로 귀저귀 갈며 나날이 변하는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가득하다. 늦둥이 때문에 철들은 남편이 귀가도 빨라지고, 청소도 설겆이도 한다. 고독과 우울증은 아예 없다. 초등학교 학부모회도 가야한다. 중,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가야한다. 이것이 60대 행복이다. 힘들면 국토방위용과 노후대책용의 지원도 받는다. 그리고 70대에 가서 복지관의 취미활동도 등산도 여행도 즐기다가 80대를 넘어 생을 마감한다.

이렇게 인생 80년을 국토방위, 노후대책, 레제차원에서 3명 낳아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나의 인생을 즐긴다면 더 없는 행복이다.

오늘 신혼 밤에 이런 인생의설계를 하라고 당부하면서 주례사를 마친다. 총각 교사 때 1명 낳아 잘 기르자고 국가정책 홍보하던 필자가 이젠 출산 장려 주례사를 하니 세월이 많이 변했다.

/전근배 前 광주하남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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