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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학교에도 ‘애정남’이 필요하다

 

요즘 한 방송사의 개그 프로인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 매주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다.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경계가 모호한 것을 명쾌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일 게다. 거기에 번뜩이는 유머와 촌철살인의 풍자까지 폭풍 인기의 비결을 갖추고 있다.

이제 학교 현장에도 애정남이 필요할 듯하다. 업무와 권한의 경계가 애매한 보직교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른바 ‘꽃보직’으로 불리는 수석교사와 진로교사가 그들이다. 먼저 수석교사의 경우를 보자. 국회는 지난 6월 29일 수석교사제 실시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30년 교육계 숙원 사업, 수석교사 드디어 법제화”라는 논평까지 내며 호들갑을 떨었다. 수석교사제가 법제화됨에 따라 내년부터 수석교사 2천여명이 선발돼 교육현장에서 활동하게 된다.

교과부가 말한 대로 수업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우대받는 교직 분위기 조성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학교 구성원은 거의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행정중심의 시스템을 벗어나지 않는 한 학교의 분위기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수석교사의 권한과 역할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수석교사는 자격만 있지 직위가 없다. 따라서 교감과 권한 및 역할에서 중첩되거나 경계가 애매해 혼선을 빚고 있다. 같은 교무실에서 교감의 지시와 통제를 따라야 하는 입장에서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수업 컨설팅이나 수업 코칭이 가능하겠는가?

결국 수석교사는 또 하나의 자격을 만들어 꽉 막힌 승진 길을 조금 넓혀놓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수석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역시 점수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교육이 황폐화된 가장 큰 이유가 교사들의 점수관리에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수석교사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교감제도가 폐지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석교사제는 옥상옥에 지나지 않는다. 행정은 학교장이 관리하고, 장학은 수석교사가 전담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교과부의 논리다.

진로교사는 어떤 상황에 있는가? 진로전담교사는 570시간의 연수를 통해 양성한다. 진로교사는 기존의 자기 전공을 포기하고 새로운 전공을 선택하는 셈이다. 그간의 우리나라 교육에서 진로교육은 없었다. 진학교육만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진로교사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진로교사가 진학지도교사의 역할을 넘어설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 진로를 결정하기보다는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로교육은 없고 진학교육만 있을 뿐이다.

또 진로교사는 입시 사설기관에 버금가는 입시지도의 전문성을 요구받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진로교사의 주요 업무가 3학년 담임교사, 3학년부를 맡은 보직교사와 중복되거나 경계가 모호해진다. 전문계 고등학교는 진학 외에 취업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교사와 업무의 중첩이나 경계의 모호함이 발생한다. 직업세계와 관련된 체계적인 진로교육이 인문고에 비해 용이한 조건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업무와 역할이 분산되면서 오히려 진로지도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수석교사는 승진 경쟁에서 밀려난 교사들에게 또 하나의 승진 트랙으로 들어올 것을 유혹하고 있다. 진로교사의 경우 교육과정 조정으로 인한 교과목의 불안정성에 대비하려는 교사들이 선호한다. 둘 다 수업시수가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 교사들에게 치명적 매력이다.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권한과 책무를 명확히 함으로써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을 없애야 한다. 학교에 애정남이 필요한 이유다.

/조성범 군포 산본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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